"그때 투수가 권혁이었지".
한화 정근우는 지난 4일 대전 NC전에서 끝내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6-6 동점으로 맞선 9회말 2사 2루 기회에서 김진성의 슬라이더를 공략,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끝내기 2루타를 터뜨렸다. 한화의 시즌 5번째 끝내기 승리이자 정근우 개인적으로는 시즌 1호이자 통산 8번째 끝내기의 순간이었다.
정근우는 "오랜만에 끝내기를 쳤다. 한화 와서 두 번째 끝내기인가?"라며 이적 첫 끝내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해 8월6일 청주 삼성전에서 정근우는 2-2 동점이었던 연장 11회말 중앙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끝내기 투런 홈런을 터뜨린 바 있다. 그때 삼성 투수가 바로 지금 한화에 있는 권혁이었다.

당시 정근우는 권혁의 3구째 한가운데로 몰린 143km 직구를 공략해서 끝내기 홈런을 장식했다. 정근우는 두 팔 들어 환호했고, 권혁은 모자를 벗어 담장너머를 바라보며 애써 분을 삭였다. 그렇게 희비가 엇갈렸던 두 선수가 4일 밤에는 같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얼싸안으며 끝내기 승리 기쁨을 만끽했다.
정근우는 "그때 투수가 권혁이었다. 묘한 인연이다"며 웃은 뒤 "오늘 혁이가 9회초 점수를 줬지만 그 이후를 잘 막아줬기 때문에 끝내기를 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공을 돌렸다. 권혁이 9회초 끝낼 수 있는 경기에 동점을 허용했지만 역전 위기에서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아 9회말 끝내기로 이길 수 있었다.
8회부터 구원등판한 권혁은 6-5로 리드한 9회 지석훈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계속된 1사 1·2루 위기에서 대타 박민우와 용덕한을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자칫 NC 쪽으로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을 버텼다. 이어 정근우의 9회말 끝내기가 터졌다.
권혁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어 삼성을 떠나 한화로 이적했다. 36경기에서 구원투수 중 가장 많은 68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6패1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 5.65로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 연일 투혼을 발휘한 권혁이기에 동료들의 신뢰가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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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