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단단했던 허준혁, 불펜이 날린 승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7.05 21: 14

허준혁(25, 두산 베어스)이 넥센 히어로즈의 강타선을 맞아서도 강함을 증명해냈다. 그러나 불펜이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허준혁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4탈삼진 3볼넷 2실점했다. 이전 3경기에서 19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던 허준혁은 불펜의 실점으로 승리를 해내지는 못했지만 또 한 번의 퀄리티 스타트(QS)로 이제는 어느 팀을 만나도 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유일하게 실점한 이닝은 3회초였다. 허준혁은 선두 김하성과 박동원을 각각 중전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냈다. 고종욱의 2루수 파울플라이에 주자들이 한 베이스를 더 갔고, 2사에 윤석민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해 2점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후 계속 무실점을 이어간 허준혁은 5회말 팀 타선이 4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자 더욱 힘을 냈고, 6회초까지 실점하지 않고 버텼다. 이번 시즌 허준혁은 네 번 선발로 나와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QS를 해냈고, 한 번은 무실점(6월 19일 잠실 롯데전 5⅓이닝 무실점) 피칭을 했다. 전 경기 호투한 것이다.
7회초 등판한 오현택이 2실점해 4-4 동점이 되며 승리는 날아갔고 5-6으로 패했지만 반복된 허준혁의 호투는 값진 수확이었다. 유희관과 장원준 모두 6이닝을 소화했으나 QS를 올리지 못한 넥센과의 이번 3연전에서 허준혁은 유일한 QS 성공자가 됐다.
이날 역시 여러 구종을 고르게 활용했다. 최고 구속은 137km에 지나지 않았지만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체인지업과 커브를 거의 균등하게 활용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고 방망이 중심도 피했다. 여기에 가끔씩 활용한 슬라이더와 포크볼도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무기가 됐다. 2S 이후에는 커브의 각을 이용해 타자들을 속이러 들어가는 승부 패턴도 나타났다.
상대 선발이었던 김택형의 피칭과는 다소 상반된 모습이었다. 홈 팀인 두산의 전력분석팀 자료에 의하면 김택형은 이날 최고 구속 149km(전광판 기준 150km)를 찍었다. 커브와 체인지업도 간혹 있었지만 김택형은 포심-슬라이더의 투 피치 조합으로 두산 타선에 맞섰다.
김택형은 위력적이었다.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를 이용해 3회말 2사까지 퍼펙트로 순항했다. 그리고 5회말 허경민에게 우전안타를 맞기 전까지는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5회말 한 번의 고비를 이겨내지 못해 4⅔이닝 4실점하고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반면 허준혁은 느렸다. 대신 위기를 넘어가는 힘이 강했다. 위기에 빠질수록 침착함을 보였다. 6이닝 동안 볼넷이 3개 있었지만 도망가며 볼넷을 헌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페이스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1루로 보내주는 식의 볼넷이었다. 그러나 방망이가 따라 나오는 타자들을 상대로는 여지없이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오현택과 이현승이 각각 2실점하며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를 내준 것이 뼈아픈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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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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