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오프의 기본적인 역할인 출루 및 득점 뿐만 아니라 타점 생산까지 만점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구자욱(삼성)이 마땅한 1번 타자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던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해 1번 타자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야마이코 나바로는 올 시즌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다. 박해민과 김상수가 1번 중책을 맡았으나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박한이가 지난달 16일 대구 두산전부터 1번 타자로 활약하며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덜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4일 대구 LG전서 2루 도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왼쪽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결국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 1번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구자욱은 5일 대구 LG전에 1번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5월 10일 문학 SK전 이후 시즌 두 번째 1번 중책. 경기 전 "사실 타순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던 구자욱은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팔방미인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구자욱은 1회 LG 선발 임정우에게서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야마이코 나바로의 2루 땅볼 때 3루까지 진루했고 최형우의 중전 안타 때 여유있게 홈인. 그리고 3회 선두 타자로 나서 임정우에게서 볼넷을 얻어냈다. 박해민의 좌익선상 2루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최형우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에 힘입어 홈을 밟는데 성공했다.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선호가 좌전 안타에 이어 2루까지 훔쳤다. 구자욱은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LG 두 번째 투수 신승현의 5구째를 밀어쳐 2루 주자 최선호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그리고 구자욱은 박해민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올 시즌 12번째 도루.
박해민의 희생 번트 때 3루에 안착한 구자욱은 나바로의 우익수 플라이 때 홈으로 리터치를 시도했으나 아웃되고 말았다. 7회 2루 땅볼로 물러났던 구자욱은 8회 1사 만루서 승부를 결정짓는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구자욱이 이날 만큼만 해준다면 삼성의 1번 고민은 사라질 듯. 삼성이 '되는 집안'이란 걸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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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