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밴 헤켄이 목동에서 덜 나왔나봐요" - 넥센 염경엽 감독
넥센은 6일 기준 43승1무34패를 기록하며 승패마진 +9를 기록 중이지만 홈인 목동구장에서는 18승20패로 승률이 5할 아래로 떨어져 있다. 잠실구장에서 만난 염경엽 감독은 '왜 홈 승률이 낮을까'라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을 것이다. 굳이 찾자면 밴 헤켄이 목동에서 덜 나왔나보다"라며 밴 헤켄의 존재감과 다른 선발진에 대한 고민이 담긴 농담을 던졌다.

▲ "어떻게 보긴. 앉아서 봤지. 아니다 서서 봤구나" -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의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는 지난 4일 잠실 넥센전에서 3루수로 선발 출장해 실책 2개를 범했다. 이에 다음날 취재진 중 한 명이 로메로의 3루 수비를 어떻게 봤는지 묻자 김 감독은 "어떻게 보긴. 앉아서 봤지. 아니다 서서 봤구나"라고 혼잣말을 하며 주변에 웃음을 줬다. 즉답은 피했지만 김 감독은 "그래도 지금까지는 수비를 잘 해줬다"며 로메로를 두둔했다.
▲ "우리 투수들, 내년엔 주루훈련도 해야겠어" - 롯데 이종운 감독
지난 3일 롯데는 연장 12회말 투수 대주자 2명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KBO 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당시 2루에 있던 박세웅은 안중열의 안타 때 홈에서 아웃이 됐는데, 발은 빨랐지만 아무래도 주루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3루를 돌 때에 동작이 매끄럽지 못했다. 다음 날 이종운 감독은 "세웅이가 정말 잘 뛰었고 투혼도 보여줬다"면서 "그래도 우리 투수들은 내년에 주루훈련도 해야겠다. 1군 엔트리가 작으니 언제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러닝훈련 한다고 생각하고 주루훈련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늦게 퇴근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 롯데 이우민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이우민이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칠 뻔했다. 연장 11회말 이재영을 상대로 좌측 폴대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것, 타구는 담장을 넘어갔지만 폴대를 살짝 비켜가며 파울이 됐다. 30cm만 오른쪽으로 타구가 들어왔으면 경기가 끝날 뻔한 상황이었다. 다음 날 취재진을 만난 이우민은 "(홈런을 쳤으면 경기가 끝났을텐데) 늦게 퇴근하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올해 이우민은 삼성 신용운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 2012년 이후 3년 만에 손맛을 본 기억이 있다.
▲ "(장)성우 손가락 보고 던지기 바쁠 거다" - kt 조범현 감독
kt는 지난 4일 수원 KIA전에서 선발 투수로 고졸 루키 주권을 내세웠다. 주권은 상대 에이스 양현종과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3⅓이닝 1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했다. 희망을 남긴 피칭이었다. 5일 수원 KIA전에 앞서 '주권이나 어린 선수들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 운영 능력 등 여러 가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느냐'는 질문에 조범현 kt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장)성우 손가락 던지고 바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신인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공 던지기에 정신 없을 것이라는 뜻. 그러면서도 조 감독은 "그래도 1경기, 1경기 달라지고 있다"며 칭찬도 잊지 않았다.
▲ "동기는 농구에서 감독이에요" - 한화 박정진
1976년생 박정진은 우리나이로 불혹의 노장. 하지만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내며 올스타 팬 투표로 베스트12 중간투수 발탁이 유력하다. 그는 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제 동기가 농구에서 감독이다"며 "대학 시절 친하게 지낸 조동현과 가끔 연락하고 지낸다"고 밝혔다. 연세대 출신 박정진은 농구부 조동현과 친분을 쌓았다. 조동현은 2년 전 선수를 은퇴하고, 코치를 거쳐 지난 4월 프로농구 kt 감독에 발탁됐다. 종목은 달라도 동기가 감독인데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정진의 노익장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 "방망이 안 맞으면 로보캅이 돼" - NC 김경문 감독
NC 창단 첫 20홈런-20도루의 주인공이 된 에릭 테임즈.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는 스마일맨이다. 항상 웃는다"면서도 "방망이 안 맞으면 로보캅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끔 타격 슬럼프에 빠질 때 혼자 심각하게 부동 자세로 걷는 것을 흉내 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는 잘하고 있는데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안 맞을 때는 잊어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혼자 안 보이는 곳에서 계속 또 훈련한다. 생각이 없어도 답답하지만 많은 것도 좋지는 않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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