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대표팀의 ‘캡틴’ 조소현(27, 현대제철)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이 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당당하게 금의환향했다. 그 중심에 ‘싸움닭’ 조소현의 활약이 있었다. 월드컵 이후 그녀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 사실 언론에서도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적어요. 팬들과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 여자축구가 발전하고 있으니까 좋은 시선으로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수 중에 댓글 보고 상처받는 경우가 있어요. 남자선수들은 보면 악플을 봐도 쿨하게 넘어가잖아요. 여자선수들은 상처를 좀 많이 받아요. 관심을 처음 받아봐서요. 속상하기도 하고 신경 쓰는 선수들도 있죠. 관심이 있으니 달았겠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해요.
▲ 여자축구도 여세를 몰아서 흥행을 해야 할 텐데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아무래도 어린 선수를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키워야죠. 좋은 선수를 만들고 좋은 지도자도 많이 나타나야죠. 높은 자리까지 왔는데 지도자를 안하고 다른 직업을 갖는 사람도 있거든요. 여성들이 지도자로 나가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생활에서 금전적으로 많이 약하다보니 굳이 이 직업을 안가지려고 해요. 지도자를 하도록 키워주는 문화가 있어야 할 거 같아요. 지원도 부족하고요. 어린 선수들을 좋은 선수로 많이 키워야 경쟁하고 발전하죠.
▲ 단기적으로 올 시즌 WK리그서 흥행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마케팅적으로 좀 더 많이 해야죠. 사람들이 여자축구를 사실 많이 몰라요. 홍보도 더 많이 해야 하고. 그만큼 알리고 노력하면 팬들이 많이 오시지 않을까요? 아직도 ‘여자가 무슨 축구야?’하면서 여자축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왜 월요일에 축구를 할까요? 주말에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주말에 찾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평일에는 일 끝나고 7시가 넘어서 사실상 경기장에 못 오죠. 팬들이 경기장을 찾기에는 주말이 더 좋잖아요? 평일에는 관중이 많이 없어요. 시간이 안 맞으니까.
여자축구 팬들은 선수를 되게 만나고 싶어 해요. 영상으로 보기보다 직접 선수를 보고 사진 찍고 선물도 주고 그러고 싶죠. 한 번은 제가 관중석에 앉아 있는데 한 커플이 경기를 보면서 ‘와서 보니까 남자들보다 더 재밌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금방 시간이 갔대요. 역시 ‘와서 보는 게 다르구나!’ 생각했죠.
▲ 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뭘까요?
일단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이 해외진출이죠. 원래 생각하고 있었어요. 만약에 해외진출을 하게 된다면 영어권에 가서 대학원을 나오고 싶어요. 스포츠마케팅이나 경영쪽으로 공부하고 돌아와서 축구행정가를 하고 싶어요.
지금 해외진출설이 나오는데 그 전부터 영국에 원하는 학과도 찾아보고 했어요. 한국에서 대학원을 나올 수 있었는데 제가 원하는 과가 없어서 지원을 안했어요. 좀 더 기다려서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면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해외구단 중 대학원과 연계된 구단도 있다고 들었어요. 간다면 좋겠죠.
▲ 요즘이 조소현 선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 같아요.
해외진출 이야기가 나오다보니 결혼은 언제할지 결혼하면 아기는 언제 낳을지 이야기도 하고 계획을 잡아놔야 하겠죠. 지금이 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것에 따라 결혼시기도 정해질 것 같아요.
▲ 인천제철(10승 3무)이 무패행진을 하고 있잖아요. 이번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우승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별을 2개 달고 있는데 3개를 달길 원해요. 라이벌 대교가 3개니까 우리도 3개는 달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승은 해야죠.
▲ 라이벌은 누가 될까요?
결국에는 대교가 올라올 것 같아요. 요즘 순위만 그런 거지 공 차는 것을 보면 다 비슷해요. 외국은 프랑스는 리옹, PSG 두 팀 빼고 별로고, 일본도 세 팀 빼고 비슷한데 우리는 오히려 지금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싶어요. 심장이 쫄깃쫄깃 해요. 다 비슷하게 기량이 많이 올라왔어요. 대표팀에 갔냐 안 갔냐 그 차이일 뿐이에요. 집중 안하면 금방 잡혀요. 집중해야 해요.

▲ 마지막 질문인데요. 조소현에게 축구란?
그냥 남자친구 같아요. 남자친구가 축구보다 조금 위죠. 호호. 제가 되게 힘든 적이 많았는데 남자친구가 항상 내조를 해줘요. 올해도 축구를 그만두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 때 오빠가 ‘잘해왔는데 갑자기 왜 그러냐’고 이야기를 했죠. 원래는 축구가 먼저고 남자친구가 밑이었어요. 축구에 미쳤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축구에 너무 미치지 말고 그냥 재밌게 하자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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