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이 사람을 아십니까] (14) 잠실야구장 이명근 주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7.08 10: 30

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잠실야구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 중 하나다. 3월부터 11월까지 거의 매일 15000명 이상이 잠실구장을 찾는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팬은 물론, 원정팀 팬들에게도 잠실구장은 친숙하다. 잠실구장을 한국야구의 메카라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에스텍 시스템의 이명근 주임(55)은 올해로 5년째 잠실구장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7일 매일 웃는 얼굴로 선수단과 관계자들을 맞이하는 이 주임을 만났다. 이 주임은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항상 관중들로 가득한 잠실구장이 되기를 바랐다.

먼저 이 주임은 잠실구장이 일터가 된 것을 두고 “2011년 말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 첫 2년 동안에는 12시간씩 2교대로 근무했고, 2013년부터 주임을 맡았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야구팬이었는데 야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4년 전 새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여기에 오게 됐다. 집도 가깝기 때문에 잠실구장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며 잠실구장 지킴이가 된 사연을 전했다.
야구팬에게는 최고의 직업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긴 업무시간과 주 1회 월요일 휴일은 남들은 느낄 수 없는 고충이다. 이 주임은 “시즌 중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경기 끝나고 마감할 때까지가 일하는 시간이다. 야구가 늦게 끝나면 퇴근시간도 늦어진다. 지난해에는 네 차례 날짜가 바뀌고 집에 들어갔다. 올해는 한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어 택시를 탄다. 휴일은 월요일이 유일하다보니 가족들에게 충실하지도 못하고, 주변 사람들도 만나기 힘들다. 야구관련 직종이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이 주임은 “만원관중의 잠실구장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 나도 모르게 흥이 난다”며 “사건사고가 발행사기도 하는데 다행히 최근 5년 동안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확실히 예전보다 야구팬분들의 의식이 많이 좋아졌다. 보안업체 경호원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사고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올 시즌 관중이 줄어든 것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메르스 때문이겠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관중이 줄어들었다. 야구장은 야구장답게 관중석이 가득차야 하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 주임은 LG와 두산, 두 잠실팀이 남은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서 흥행몰이에 성공하기를 바랐다. 이주임은 “근무지가 근무지인 만큼, LG와 두산을 응원한다. 2013시즌의 경우 두 팀이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원년부터 두 팀을 바라봤고, 여기서 일하면서 LG와 두산을 더 응원하게 됐다. 올 시즌의 경우, 한 팀은 상위권에 있고, 한 팀은 아래에 있는데 후반기에는 두 팀이 함께 상위권에 있었으면 좋겠다. LG와 두산이 잘하는 만큼, 관중이 많아지지 않나”고 이야기했다.
이 주임은 자신의 업무 외에도 야구팬들을 위한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아무래도 팬들과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팬들은 선수가 출근하는 찰나의 시간에 맞춰 선물을 전달하려고 한다. 하지만 선수가 이미 구장 안으로 들어가서 시간이 안 맞을 때가 많다. 이 경우, 팬이 원하면 내가 대신 선물을 전달해주곤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준비해둔 선물을 주지 못하면 얼마나 속상하겠나. 보통 직장인이나 학생이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잠실구장에 온다. 이 정도는 대신 해줄 수 있다”고 웃었다.
덧붙여 이 주임은 “지난 3월 선수들 선물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두산 홍성흔 선수가 ‘주임님도 이제 시즌 시작하셨네요’라고 하더라. 선수단의 경우, 매일 보는 사이니까 친숙하다. 그런데 이제는 팬들도 얼굴만 봐도 어느 선수를 좋아하는지 알 정도가 됐다. 더 많은 분들이 야구를 즐기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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