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장 관리인 변신’ PIT 선수들의 훈훈한 마음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08 12: 44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에 모든 이들이 당황했다. 그러나 이 사태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단합된 힘이었다. 연봉 113억 원짜리 구장 관리인이 등장한 PNC파크에서는 훈훈한 기운이 갑작스러운 돌풍을 몰아냈다.
8일(이하 한국시간) 피츠버그와 샌디에이고와의 경기가 열린 PNC파크의 기상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강정호도 경기 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가 많이 오는 것 같다. 매일 온다”라고 웃었을 정도로 최근 우천으로 인한 변수가 많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부터 많은 비가 오기 시작했고 3회에는 갑자기 강풍이 경기장에 불어 닥치며 경기가 중단됐다. 많은 양의 비는 아니었지만 심상치 않은 바람을 감지한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곧바로 내야를 완전히 덮을 수 있는 대형 방수포가 등장했다. MLB 구장은 관리 수준에서 국내 프로야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방수포 등 구장 시설을 담당하는 인원만 20명이 훌쩍 넘는다. 이들은 숙련된 인원으로 방수포를 까는 데는 2분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날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방수포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급기야 방수포를 제대로 고정하지 못한 탓에 한 관리인이 방수포에 완전히 파묻히는 순간도 있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방수포의 무게가 만만치 않고 잘못하면 호흡이 곤란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앤드류 매커친과 션 로드리게스, 그리고 그레고리 폴랑코가 곧바로 방수포를 향해 뛰어들었다. 클린트 허들 감독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클럽하우스로 들어간 상황이었는데 우연찮게 남아있던 외야수들이 위험한 상황을 지켜본 것이다.
선수들이 방수포를 만진다는 것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면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경기에 나서야 하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상황에 뛰어들었고 방수포를 걷어낼 수 있도록 힘을 합쳤다. 불펜에서 덕아웃으로 향하던 제러드 휴즈 등 투수들도 힘을 보탰다. 관리인 인력이 충원된 이후에도 이들은 방수포가 핀으로 완전히 고정될 수 있게끔 도우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매커친의 올해 연봉은 1000만 달러(약 113억 원).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수많은, 그리고 엄청난 선수들이 야구를 하는 미국에서 MLB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정도라면 모두 전 세계를 대표하는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아님에도, 그리고 어쩌면 허드렛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임에도 뛰어들었다.
MLB 선수들은 많은 연봉을 받는 만큼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는다. 그라운드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정된 시간에는 미디어에 대한 의무적인 인터뷰를 해야 하고, 지정된 공에 사인요청을 할 경우 이를 기꺼이 받아준다. 물론 이날 방수포 사건은 워낙 긴급한 상황이 만들어낸 하나의 해프닝이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서 배울 것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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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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