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선발 기회를 얻은 박정수(19, KIA 타이거즈)가 벤치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었다. 승리까지 허락되지는 않았지만 미래는 밝다.
박정수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볼넷 2실점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까지 갈아치운 박정수는 8회말 불펜이 실점해 데뷔 첫 승은 다음으로 미뤘지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팀이 연장 12회말 3-4로 패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5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는 내내 자신감 있는 투구가 이어졌다. 최고 구속은 140km로 아주 빠르지는 않았지만 사이드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자들에게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법한 공이었다.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파고드는 공에 넥센 타자들이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체인지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 42개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박정수는 체인지업 32개, 커브 21개를 섞어 타자들을 상대했다. 아래로 가파르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수차례 허공을 갈랐고, 삼진을 7개나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손가락을 벌려 잡아 포크볼이나 스플리터로 보이기도 했으나 구단 관계자가 본인에게 물어본 바로는 체인지업이었다.
유일한 실점은 4회말에 나왔다. 박정수는 선두 브래드 스나이더의 중전안타, 1사 후 가운데 펜스까지 간 김민성의 2루타에 1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자신의 폭투와 윤석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에 2실점해 1-2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팀이 5회초 이홍구의 역전 투런홈런으로 흐름을 다시 가져오자 힘을 내며 5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사에 서건창의 볼넷, 외야 우측을 꿰뚫는 스나이더의 2루타에 위기를 맞이했지만 박병호를 삼진 처리해 승리 요건을 만들었다. 이날 7번째 탈삼진이었다.
박정수의 투구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위기 자체가 없지는 않았지만 고비마다 박정수는 적시타를 허용하지 않고 잘 넘어갔다. 4회말 2실점은 폭투와 희생플라이에 의한 것이었고, 박정수는 득점권에서 넥센 타자들을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잘 막았다. 특히 5회말 2사 2루에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끝낸 것이 백미였다.
씩씩한 투구 덕에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도 따라왔다. 박정수는 지난 3일 수원 kt전에서 6이닝을 던지고 6탈삼진을 수확했는데, 이번에는 한 이닝을 적게 소화하고도 탈삼진은 하나 더 나왔다. 한 이닝에 탈삼진 두 개가 나온 것도 3번이나 있었다. 앳된 외모와 달리 물러서지 않는 강심장을 보여준 박정수는 향후에도 KIA 마운드에서 유용한 자원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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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