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은 미국에 너무 늦게 왔다. NBA 구단이 평가할 시간이 적었다.”
미국무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던 이종현(21, 고려대)이 지난 7일 귀국했다. 이종현은 지난 6월 뉴욕에서 개최된 2015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신청을 접수했다. 드래프트에 참가해야 NBA 서머리그에 뛸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종현은 서머리그서 뛰며 기량향상을 꾀할 목적이었다.
지난달 12일 미국 시카고로 출국했던 이종현은 미국에이전트 마이클 나이딧치가 운영하는 훈련시설에서 NBA 지명을 원하는 미국 대학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이종현은 한국에서 접하기 힘든 트레이닝을 받았다. 나이딧치는 이종현의 훈련영상을 촬영해 각 구단에게 돌리며 홍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NBA팀이 이종현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올랜도, 유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3대 NBA 서머리그에서 이종현을 원하는 팀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당장 계약가능성이 없는 아시아 유망주에게 로스터 한 자리를 내주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나이딧치는 OSEN과 인터뷰에서 “이종현은 좋은 농구선수다. 그가 서머리그에 참가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미국에 너무 늦게 왔기 때문이다. NBA 팀들이 관심은 보였지만, 이종현을 평가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서머리그에 초대할 확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NBA는 미국대학농구 1부 리그(NCAA Division 1)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만 가는 곳이다. NCAA 토너먼트 등에서 맹활약한 선수는 자연스럽게 각 팀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선수는 NBA진출이 매우 불리하다. NBA는 유럽 주요리그에도 스카우트를 파견해 유망주들을 관찰한다.
반면 이종현처럼 아시아에서 뛰는 유망주들은 자국리그 성적이 좋아도 주목받기 어렵다.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NBA 진출을 원하는 유망주들은 보통 드래프트를 앞두고 신체능력과 기초 농구기술을 측정하는 드래프트 컴바인에 출전한다. 미국에서는 전국에서 생중계될 정도로 중요 이벤트다. NBA 구단은 관심 있는 선수들을 따로 초청해 시험해보는 ‘워크아웃’도 실시한다.
이종현처럼 무명선수는 이런 자리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주목을 끌 수 있다. 실제로 필리핀 가드 바비 팍스 주니어는 워크아웃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댈러스 매버릭스 지명 직전까지 갔다. 결국 댈러스 구단은 서머리그에 그를 초청해 다시 한 번 그를 시험해보길 원했다.
가뜩이나 무명인 이종현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느라 이런 행사가 열리는 가장 소중한 시간에 미국에 가지 못했다. 나이딧치가 이종현이 너무 늦게 미국에 왔다고 말한 이유다.
또 한 가지 걸림돌은 이종현이 아직 아마추어 신분이란 점이다. 이종현은 프로팀과 계약하면 아마추어 자격을 상실해 고려대로 돌아갈 수 없다. NBA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구단입장에서 같은 기량이라면 언제든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선수는 국내서 보장된 성공을 내던지고 D리그부터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NBA를 노크하기는 어렵다.
이종현은 유니버시아드대회 참가를 포기하며 미국무대에 도전했다. 정통센터가 없는 U대표팀은 현재 이종현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다. 다만 이종현은 ‘한국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시장에 알린 소득은 있었다. NBA 서머리그는 매년 개최된다. 내년에도 얼마든지 기회는 있다.
나이딧치는 “이종현은 일단 대학졸업을 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그가 미래에 NBA에 갈 가능성은 남아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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