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타순 새판짜기 고심…키는 4번 타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7.09 06: 11

롯데 자이언츠의 팀 타율(8일 현재)은 2할7푼3리로 리그 5위, 팀 득점도 420점으로 리그 5위다. 하지만 롯데에는 홈런이 있다. 팀홈런은 108개로 리그 2위인데, 1위 넥센 히어로즈와는 불과 5개 차이다.
홈런이 많으면 팀 득점도 그에 맞춰 따라와야 한다. 장타가 많은 롯데 타선의 특성 덕분에 팀 OPS는 0.798로 리그 4위를 기록 중이다. 팀 득점권타율도 2할7푼1리, 리그 5위에 자리잡고 있다. 많은 홈런만큼 팀 득점이 따라오지 못하는 건 여러가지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롯데 구단 내부에서는 타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올 시즌 롯데의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가장 많이 출전했던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1번 짐 아두치(44경기)-2번 손아섭(22경기)-3번 황재균(51경기)-4번 최준석(76경기)-5번 강민호(55경기)-6번 박종윤(21경기)-7번 정훈(18경기)-8번 김문호(15경기)-9번 문규현(53경기)이다.

키는 4번 타자 자리다. 최준석은 올해 4번 타자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으며, 모든 타순을 통틀어도 가장 확실하게 자리를 지켰다. 최준석의 현재 성적은 타율 2할8푼 14홈런 47타점이다.
롯데는 4번 타자 자리를 놓고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다. 최준석이 작년 그 자리를 성공적으로 채우면서 고민거리를 덜었다. 올 시즌 역시 최준석의 득점권타율은 나쁘지 않다. 시즌 타율(.280)보다 득점권타율(.294)이 더 높다. 최준석이 잠시 슬럼프를 겪었던 6월 중순 황재균에게 4경기동안 4번 타자 자리를 맡겼는데, 황재균은 16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최준석의 기량이면 한 팀의 4번 타자를 맡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렇지만 롯데 벤치에서는 신중한 최준석의 타격 때문에 타순 변동을 고려하고 있다. 최준석은 현재 볼넷 61개를 골라내며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에릭 테임즈(NC)가 52개를 얻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9개나 더 많다.
공을 많이 보고, 또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타자는 당연히 좋은 타자다. 최준석은 최대한 많은 공을 보고 신중하게 타격을 하는 유형의 타자다. 롯데 벤치에서는 최준석의 이러한 타격 스타일이 득점권에서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4번 타자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타격을 해야 할 상황에 볼넷을 골라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최준석 바로 뒤에는 강민호라는 강타자가 있다. 그렇지만 일단 4번 타자가 해결을 하는 게 우선이다. 때문에 롯데는 후반기부터 타순을 크게 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4번 타자 후보로 황재균이 손꼽힌다. 대신 최준석은 3번 타순에서 최대한 많은 공을 보면서 찬스를 이어주는 역할에 전념할 가능성이 높다. 마치 과거 양준혁처럼 말이다.
중요한 건 새롭게 4번 자리에 들어갈 선수다. 선수들은 흔히 '4번 타자가 아니라 4번째로 치는 타자'라고 표현하는데, 이 말은 곧 4번 타자가 부담스럽다는 걸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까지 최준석은 큰 문제없이 무거운 짐을 짊어져왔고, 팀도 그 공헌을 인정한다. 하지만 벤치에서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왔다는 걸 인지했고, 변화의 첫 번째 대상은 4번 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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