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궁사’ 기보배(27, 광주시청)의 2관왕 뒤에는 엄청난 멘탈관리가 있었다.
기보배는 8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리커브 종목에 출전해 여자단체전 은메달, 혼성전 금메달, 여자개인전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던 기보배는 다시 한 번 세계정상급 실력을 확인했다.
당초 기보배는 3관왕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양궁에는 늘 변수가 존재했다. 오전에 열린 여자단체전에서 한국은 대만에 3-5로 패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기보배는 8발의 화살 중 4발 만점을 쐈다. 나머지 네 발도 9점으로 손색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3세트서 최미선(29, 광주여대)이 7점을 쏘는 치명적 실수를 범해 53-54로 2점을 내줬다. 결국 이 점수 차이가 은메달로 이어지게 됐다. 경기 후 최미선은 미안함에 어쩔 줄 몰랐다. 자신의 실수로 대선배의 3관왕이 막혔다는 죄책감이었다. 최미선은 “내가 실수를 해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개인전에서 잘하겠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보배는 후배들을 위로하기 바빴다. 공식인터뷰에서도 기보배는 후배들 기 살려주기에 나섰다. 그는 “열심히 준비했다. 비록 은메달에 그쳤지만, 다음 세계선수권 대회에 앞서 우리 여자 선수들에게 좋은 약이 됐다. 은메달도 값진 메달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배들의 등을 두드려줬다.

혼성전에서 기보배는 에이스 이승윤(20, 코오롱)과 호흡을 맞췄다. 이승윤은 혼성전은 물론 단체전과 개인전까지 3관왕에 오른 한국양궁 간판이다. 그런 이승윤도 기보배의 리더십 덕을 톡톡히 봤다.
기보배는 먼저 활시위를 당기면서 이승윤이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국은 3세트까지 4-2로 앞섰다. 4세트서 기보배는 유일한 8점을 쏘는 실수를 범했다. 한국은 38-39로 세트를 내줘 4-4 동점이 됐다.
연장전에서 각 궁사들이 한 발씩 쏴서 승부를 갈랐다. 기보배는 첫 번째 화살에서 당당히 10점을 쏴서 상대 기를 죽였다. 이승윤까지 9점을 쏘면서 한국의 우승이 확정됐다. 경기 후 이승윤은 “기보배 누나만 믿고 쐈다”며 무한신뢰를 보였다.
기보배의 강심장은 개인전에서도 발휘가 됐다. 4세트까지 최미선에게 3-5로 뒤진 기보배는 5세트서 30점 만점을 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에서 기보배는 10점을 쏴 9점의 최미선을 따돌렸다. 흔들림이 없는 기보배의 강철멘탈은 대역전승의 원동력이었다.
경기 후 기보배는 “작년에 아시안게임에서 해설위원을 맡았던 점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 긍정적인 마인드컨트롤을 했던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며 환하게 웃었다.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고 후배들을 다독인 것에 대해서는 “결승에 세 번 올라가서 다 금메달을 땄다면 좋았겠지만, 3관왕은 중국 유니버시아드 대회서 한 걸로 만족한다. 세계선수권에서 (최)미선이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토대로 경기운영에 대해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한다. 동생들을 이끌어 갈 수 밖에 없었다”며 맏언니다운 넓은 마음을 보였다.
기보배는 4일 리커브 예선에서 720점 만점 중 686점을 쏴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서 박성현이 세운 종전 신기록 682점을 4점 뛰어넘는 신기록이었다. 완벽하게 부활한 기보배는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기보배는 2011년 U대회를 제패한 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추억이 있다.
리우올림픽 전망에 대해 기보배는 “내년 올림픽과 U대회를 연관 지어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년 올림픽에 좋은 결과 있으려나 싶다. 제 위치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몫이자 의무다.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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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