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숨, “이치로, 녹슨 안타제조기인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09 06: 10

현대 야구 역사에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는 스즈키 이치로(42, 마이애미)가 자신의 경력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벌써 33타석 무안타 침묵이다. 숨을 죽여 지켜보고 있는 일본에서도 한숨이 나오고 있다.
이치로는 8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당초 이날 선발 명단에 없었던 이치로는 1회 수비 도중 베이커가 부상을 당하자 경기에 대신 들어가 무안타 침묵을 끊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두 번의 삼진을 당하는 등 공을 외야로도 보내지 못한 끝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로써 이치로는 지난 6월 19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안타를 기록한 뒤 15경기(선발 6경기), 33타석, 그리고 28타수 동안 무안타를 기록했다. 프로데뷔 이후 이치로가 33타석 동안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월 19일까지 2할9푼4리를 기록, 3할을 넘보던 타율도 어느덧 2할4푼6리까지 폭락했다. 미·일 언론은 물론 이치로 자신도 이런 타격 침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현지 중계진은 “이치로는 항상 배트에 공을 맞히는 선수였다. 하지만 최근 의아한 것은 삼진 개수”라며 컨택에 대한 이상징후를 거론했다. 실제 이치로는 33타석 동안 9번의 삼진을 당했다. 이치로는 그 전 138타석에서 16개의 삼진을 당했을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타격 페이스가 최악에 떨어져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본 언론의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곧 끝날 것”이라는 예상보다 슬럼프가 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MLB 통산 3000안타에 대한 기대가 큰 일본이기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간 겐다이는 “자신의 부진 때문인지 항상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던 이치로도 덕아웃에서 표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라면서 “부진에 빠진 이치로가 댄 제닝스의 감독의 신뢰를 잃은 것은 분명하다. 녹슨 안타 제조기의 입장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치로를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부상 대안으로 삼으려던 마이애미의 구상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치로가 들어갈 것으로 보였던 좌익수 포지션에 1루가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모스를 투입시키는 것도 이런 움직임이다. 이치로의 타격 컨디션이 정상이었다면 이치로를 외야로 투입하는 플랜B에 이은 플랜C로 남겨뒀을 법한 카드다.
이에 대해 댄 제닝스 마이애미 감독은 “40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에게 슬럼프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 그는 안타 외에도 다른 부분에서 많은 것을 가져다주는 선수”라며 엄호사격에 나섰지만 이치로의 행보에 좀처럼 파란불이 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치로는 9일 오전 8시부터 열리는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기나긴 터널 탈출을 노린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