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에이스 출신의 저력이 드러나고 있다. LG 트윈스 우완 선발투수 루카스 하렐(30)이 6월부터 LG 선발진을 이끄는 중이다. 5월까지만 해도 교체설이 돌았던 미운 오리가 이제는 백조가 되어 날개를 활짝 폈다. 최근 투구만 보면, 루카스에게 들인 90만 달러가 아깝지 않다.
루카스는 6월부터 자신의 커리어하이 경기를 경신 중이다. 6월 첫 경기였던 3일 마산 NC전에서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처음으로 비자책 선발승을 올렸다. 5월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이 6.05에 달했으나 6월 내내 상승세를 유지, 6월 한 달 동안 5경기(1경기 구원 등판)에 나서 평균자책점 3.05을 찍었다.
이제 겨우 두 경기지만, 7월에는 더 강렬하다. 2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KBO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이닝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등판인 8일 잠실 롯데전에선 7⅔이닝 12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자신의 최고 투구했다. 투구수가 121개에 달했는데, 마지막 이닝이었던 8회초에도 150km 강속구를 구사했다. 포심·투심·컷 패스트볼 모두가 의도한 로케이션에 꽂혔고, 체인지업과 커브의 조화도 잘 이뤄졌다. 빠른 투구 템포로 롯데 타자들을 압박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템포를 느리게 하는 노련함도 보였다.

루카스가 6월을 기준으로 완전히 달라진 원인은 자세에 있다. 5월까지 루카스는 그라운드 위에서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면 유독 심하게 동요했고,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했다. 때로는 동료 내야수도 믿지 못해 선행주자를 잡을 수 있는 찬스를 놓치기도 했다. 6월부터 7경기 호투에도 불구하고 루카스는 볼넷 61개로 볼넷 부문 리그 최다에 자리 중이다.
하지만 6월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구심의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기 전에 미리 마운드서 내려오는 법이 없다. 내야수가 에러를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6월 선발 등판한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2루수가 에러를 범했지만, 루카스는 에러를 극복하고 실점을 최소화했다. 만일 내야수 에러가 아니었다면, 6월에 이미 한 경기 7이닝 이상을 기록했을 것이다.
미운 오리 루카스(시즌 개막부터 5월까지): 11경기 58이닝 3승 5패 평균자책점 6.05 WHIP 1.69
백조 루카스(6월부터 7월 8일까지): 7경기 35⅓이닝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04 WHIP 1.50
루카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유강남은 8일 롯데전을 마치고 “루카스에게 마운드 위에서의 자세에 대해 매번 이야기한다. ‘만일 네 생각과는 다르게 스트라이크가 볼 판정을 받더라도, 너는 워낙 구위가 좋기 때문에 다음 공으로 타자를 잡으면 된다’는 식으로 설득하곤 했다”며 “계속 호흡을 맞추면서 루카스에 대해 하나씩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일단 구위는 누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투수다. 그래서 무조건 공격적으로 가자고 하고 있다. 루카스가 지닌 모든 것을 발휘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리드한다”고 말했다.
루카스 또한 이날 한국무대 첫 무실점 투구를 한 것을 두고 “오늘 제구가 낮게 잘 됐다. 수비수들이 좋은 수비로 도와줘서 고맙다. 특히 포수 유강남의 리드와 블로킹이 아주 좋았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성숙함을 보였다.
LG는 7월 들어 루카스를 제외한 선발투수들이 주춤하고 있다. 7월 7경기에서 루카스만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고, 소사 류제국 우규민 임정우 모두 고전했다. 루카스가 최근 실질적인 1선발 에이스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6월부터만 보면 루카스가 LG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만일 루카스가 최근 흐름을 시즌 종료까지 이어간다면, 루카스는 LG가 지난 가장 강한 반등카드가 될지도 모른다. 6점이 훌쩍 넘었던 루카스의 시즌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4.53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코리 리오단이 그랬던 것처럼, 루카스로 인해 마운드 전체가 상승할 수 있다.
2014시즌 리오단 반등 전후 기록
리오단 첫 7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5.15. LG 팀 평균자책점 4.96. 팀 성적 10승 23패 1무
리오단 이후 21경기 8승 5패 평균자책점 3.55. LG 팀 평균자책점 4.43. 팀 성적 52승 41패 1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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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