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현명한 것은 저의 자리를 저보다 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에게 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닝요(34)가 전북 현대를 떠난다. 에닝요는 최근 전북에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적이 아니다. 에닝요는 자신이 전북에서 뛴 이후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 지속되자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잔류를 위해 설득했지만, 이미 마음을 먹은 에닝요를 설득하지 못했다.
최강희 감독은 물론 팬들도 아낀 에닝요의 씁쓸한 퇴장이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한 이후 5년 동안 전북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두 차례 우승에 큰 힘을 보탠 에닝요가 화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건 모두가 아쉬워했다. 최 감독은 "마무리가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라며 "나나 팬들에게 모두 특별한 선수다. 떠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 힘들었다. 슬프다"고 말했다.

에닝요는 떠나기 전 마지막 홈경기인 8일 광주 FC와 홈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프타임에 그라운드를 밟은 에닝요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공개해 팀을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현재 가장 현명한 것은 저의 자리를 저보다 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에게 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며 "지금 제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이것이라 생각돼 선택한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에닝요의 바람은 바로 이루어졌다. 전북은 에닝요와 계약해지로 공백이 생긴 외국인 선수 쿼터를 활용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뛰었던 루이스를 영입하려고 한다. 루이스는 전북이 이번 시즌 내내 약점으로 지목을 받았던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폭발적인 침투 능력이 장점이다. 루이스는 이 능력을 바탕으로 전북을 2009년과 2011년 K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전북으로서는 에닝요와 작별이 아쉽지만, 루이스의 가세가 반갑기도 하다. 무엇보다 루이스는 전북을 떠난 이후 아랍에리미트(UAE) 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세 시즌 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전북은 지난 동계훈련 때 상대 팀 선수로 루이스를 만나 이미 경기력을 경험한 만큼 루이스의 합류가 궁극적인 목표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으로서는 자신들의 약점을 단 번에 해결할 기회를 준 에닝요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2009년과 2011년 전북의 K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전북의 역사를 작성한 에닝요는 전북이 또 다른 역사를 쓸 수 있게끔 스스로를 희생해 루이스라를 유산을 남긴 셈이다. 최 감독은 "외국인 선수가 팀과 감독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떠나는 것은 보기가 힘들다. 전북을 생각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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