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주현상 펑고 500개!" 현실이 된 경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7.09 06: 19

"이기는 경기 아니었으면 펑고 500개는 받았을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5일 대전 NC전이 우천 연기되기 전 신인 내야수 주현상(23)에게 '펑고 500개'를 말했다. 김 감독은 "어제(4일) 끝내기 승리 덕분에 주현상은 살았다. 이기는 경기 아니었으면 펑고 500개를 받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3루 수비에서 불안함을 노출한 주현상에게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김 감독은 "요즘 주현상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주현상은 수비가 좋아서 쓰는 선수인데 수비가 나쁘면 안 된다"며 "수비할 때 스탠스가 넓어졌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하려는 것 같은데 그럴수록 순발력이 떨어진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 평상심이 필요하다. 너무 긴장하거나 잘하려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NC전 끝내기 승리 후 나머지 펑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NC가 마지막 상황에 대해 어필했다. 어필을 하지 않고 그냥 끝났다면 당연히 펑고를 쳤을 것이다"며 경기를 아쉽게 진 상대팀 배려 차원에서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현상이 김 감독과 1대1 펑고를 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현상은 8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3루수로 선발출장했지만 아쉬운 실책을 범했다. 3회 오재원의 다소 강한 타구를 포구 과정에서 뒤로 빠뜨린 것이다. 정면으로 왔기 때문에 공에 대한 집중력만 있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앞선 나머지 공을 빠뜨렸다. 김 감독은 곧바로 임익준을 투입, 주현상을 경기에서 뺐다. 
3회 주현상의 실책 이후 추가 2실점하며 경기 흐름을 내준 한화는 두산에 4-9로 완패했다. 6번째 시즌 첫 4연승 도전이 또 다시 물거품된 순간. 김 감독은 "1회와 3회 점수를 너무 쉽게 줬다. 특히 3회 실점이 아쉬웠다"고 주현상의 실책을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그리고 경기 직후 김 감독은 펑고 배트를 집어들었다. 주현상은 3루 베이스 근처로 불려나왔다. 김 감독과 1대1 펑고가 시작된 것이다. 김 감독은 배팅 장갑을 끼고 주현상에게 쉴 새 없이 펑고를 쳤다. 그라운드에는 훈련 스태프들만 있었을 뿐 움직이는 사람은 김 감독과 주현상 단 둘이었다. 관중과 선수가 빠져나간 야밤의 그라운드는 고요했다. 김 감독의 펑고 배트와 공이 맞닿는 소리, 공을 받는 주현상의 악 소리만 울려퍼질 뿐이었다. 
어느새 주현상의 모자는 벗겨졌고, 유니폼 상의는 밖으로 삐져나와 흙투성이가 되어있었다. 한창 펑고를 하고 있을 때 복귀전 3타수 무안타 2삼진의 김경언이 나와 김재현 타격코치와 함께 나머지 토스 배팅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김 감독의 펑고는 한 박스 약 250개 분량의 공이 떨어진 후에야 끝났다. 전광판은 밤 11시1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시간이 10시10분이었으니 약 1시간 정도 한 것이다. 
주현상은 송광민과 김회성이 번갈아 부상으로 전열 이탈한 상황에서 한화의 주전 3루수로 기용되고 있다. 타격에서 장타력이 떨어지지만 정확성 있는 타격과 수비에서 날쌘 움직임으로 인정받았다. 최근 체력적으로 지쳤는지 수비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에 김 감독은 예고된 지옥펑고로 주현상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나머지 펑고가 그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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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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