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3, 텍사스)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타격감이 저조해 마음고생이 심할 법한데 현지 언론과 팬 사이트들의 시선도 곱지 않기 때문이다. ‘위기’라는 단어까지 떠올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지만 이런 잡음을 최대한 빨리 제거할 필요는 있다.
올 시즌 명예회복을 벼른 추신수는 오히려 최악의 전반기를 보내고 있다. 추신수는 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76경기에 나가 타율 2할2푼9리, 출루율 3할1푼2리, 장타율 3할9푼7리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현재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165명의 선수 중 149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가장 큰 장점이었던 출루율은 112위다. 홈런은 11개를 때려냈고 타점도 36타점으로 나쁜 수치가 아니지만 그의 연봉(7년 1억3000만 달러)에는 전혀 걸맞지 않은 성적이다.
최근에는 타순까지 조정되고 있다. 8일 애리조나전에서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8번 타순에 선발 출장하는 일도 있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오른손을 상대로는 타율 2할7푼6리로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나 왼손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했다. 왼손투수 상대 타율은 1할5푼3리, OPS는 단 0.243이다. 이날 선발이 왼손인 레이였는데 이에 8번까지 타순이 내려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이렇게 안 맞고 있는 상황에서 미 현지에서는 흔들기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CBS스포츠에 이어 최근에는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이 추신수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비록 성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지만 MLB의 대표적인 소식통인 로젠탈이 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는 점에서 흘려듣기도 어렵다.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추신수도 이 보도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댈러스모닝뉴스 등 지역매체들도 추신수의 왼손투수 상대 부진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기운데 팬 사이트의 분위기도 썩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팬 논객들의 대표적인 집합소인 ‘SB네이션’에서도 추신수의 트레이드설을 거론하며 가능성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SB네이션은 9일자 글에서 “추신수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꾸준히 생산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텍사스는 이미 너무 많은 왼손타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 필더, 조시 해밀턴, 추신수가 한 곳에 뭉친 상황에서 텍사스는 팜에 잠재력이 뛰어난 왼손타자들이 적지 않다는 게 SB네이션의 주장이다. 최근 MLB 콜업을 맛봤던 조이 갈로를 비롯, 노마 마자라, 닉 윌리엄스 등 텍사스 팜이 자랑하는 유망주들 중 상당수가 왼손타자다.
SB네이션은 “추신수를 트레이드하려면 최소 5000만 달러의 연봉보조는 필요할 것이다”라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면서도 “해밀턴의 건강상태를 믿을 수 있다면, 그리고 갈로와 마자라가 향후 1년 안에 MLB 무대에 준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연봉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추신수와 갈라지는 것이 낫다”는 팬들의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팬들의 의견인 만큼 이것이 텍사스 프런트 오피스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 갈로와 마자라는 아직 유망주 레벨이며 추신수는 여전히 외야의 한 축으로 프런트와 벤치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반응은 추신수에 대한 믿음감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으로 풀이할 수는 있다. 방법은 단순하다. 언론과 팬들은 활약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추신수가 실력으로 모든 잡음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못하면 많은 연봉은 앞으로 더 큰 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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