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의 거리에서 휘황찬란하게 빛났던 간판들이 여전히 팀의 주축으로 자리하는 SK다. 하지만 올 시즌 이 거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간판들은 따로 있다. 상대적으로 신진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원(27)과 이명기(28)다. 어느덧 팀의 주축으로 자리한 두 선수의 맹활약에 SK 타선도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끈 왕조 야수들이 부상 및 부진으로 자기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를 앞두고 나란히 FA 계약을 한 최정과 김강민은 부상이라는 큰 악재가 있었고 또 하나의 주역들인 ‘예비 FA’ 박정권과 박재상은 타격 슬럼프에 빠져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조동화가 분전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다는 한계가 뚜렷한 SK로서는 낭패와 같은 일이다. 타선 짜임새가 헐거워진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전반기 동안 이재원과 이명기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버팀목 임무를 해냈다. 그야말로 위안거리들이었다. 이재원과 이명기는 8일까지 SK의 야수들 중 3할을 치고 있는 선수들의 전부다. 이명기는 3할3푼6리로 팀 리딩히터 자리에 위치해있고 이재원은 3할6리를 기록 중이다. 이재원은 벌써 66타점을 기록, 팀 내 타점 2위인 앤드류 브라운(46타점)을 멀찌감치 제치고 팀 내 타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리그 전체를 봐도 상위권에서 손색이 없는 기록이다. 6월 리그 월간 타율 1위에 빛나는 이명기는 리그 타율 4위다. 2위 박병호(넥센, 0.340)까지의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 이재원은 리그 타점 6위, 득점권 타율(.407) 2위다. SK가 어려운 타선 상황에서도 최악까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두 선수가 지지대 몫을 제대로 했기 때문이다.
2013년, 그리고 지난해를 통해 SK 라인업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부침도 있었다. 이명기는 발목 부상 여파로 2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역사적인 전반기를 보내는 듯 했던 이재원은 후반기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올해도 타격감이 처질 때가 있었다. 이명기는 사구 여파가 있었던 5월이 고비였고,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이 많은 이재원은 6월이 힘겨웠다. 하지만 두 선수는 6월 중순 이후부터 동반 폭발하고 있다.
리드오프에 위치하는 이명기가 득점 루트를 열고, 중심타순에 위치하는 이재원이 최정이나 브라운과 함께 이명기를 불러들이는 시나리오는 가장 이상적이다. 두 선수가 선봉장과 해결사 임무를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팀 주축을 받치는 보조자적 성격이 강한 선수들이었지만 이제는 주축으로서 팀을 끌고 가야 하는 막중한 짐이 생겼다. 하지만 타격에서는 천부적인 재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두 선수에 대한 팀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두 선수만 무너지지 않으면 SK 타선도 후반기에 반격을 도모할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여기에 최정이 최근 연속 홈런포를 때리며 반격 태세를 마쳤고 브라운도 꾸준히 장타를 터뜨리고 있다. 박정권 김강민도 베테랑답게 살아날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SK 87세대 기수들이 간판을 새로 박은 SK 거리에는 아직 불이 꺼지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