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골절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한 트래비스 밴와트(29)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SK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런 SK의 손에 걸린 선수는 2013년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크리스 세든(32)이었다. 세든에 대한 확신은 물론,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SK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SK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든과 총액 15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1일 인천 kt전에서 타구에 맞아 손목 위 팔뼈 골절상 판정을 받은 밴와트를 대신할 선수 물색에 들어갔고 비교적 빠르게 새 외국인 선수를 확정지었다. 세든은 2013년 SK와 계약을 맺고 KBO 리그를 밟아 30경기에서 187⅓이닝을 던지며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던 검증된 요원이다. 당시 실질적 에이스로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사실 밴와트의 부상은 SK로서는 날벼락이었다. 밴와트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는 편이다. 지난해 SK에도 7월에 합류해 맹활약을 선보였다. 김용희 SK 감독도 이런 밴와트의 루틴을 존중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은 것이 이를 상징한다. 그런데 페이스가 올라올 때쯤 되면 부상을 당했다. 5월에는 복사뼈에 강한 타구를 맞아 한 달을 빠졌고 7월 두 번째 타구 강타 때는 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7월부터는 밴와트가 제대로 된 몫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던 SK는 대체 외국인을 선발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 놓였다. 일단 미국 쪽 외국인 수혈을 살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한국에서 통할만한 선수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확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행을 희망하는 선수가 없었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거액의 이적료를 물어야 하는 판이었다.
게다가 시간도 없었다. 팀 성적에 여유가 있다면 모를까, 5할 언저리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국인 투수 하나 없이 시간을 보내기에는 현장이 다급했다. 여기서 SK가 떠올린 선수가 세든이었다. 세든은 SK의 '관리 대상'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선수로 SK가 꾸준히 지켜봤던 선수였다. 이에 세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실무자들을 대만에 급파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세든은 올해 대만프로야구 라미고 몽키스에서 뛰고 있었다.
세든에 대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진 SK 실무자들은 비교적 빠르게 일 처리를 진행했고 곧바로 영입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구속에 대한 문제는 향상을 직접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SK가 보류권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 대만 쪽에서의 이적료 문제가 해결된 이후로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었다. 세든은 9일 입국하며 최근까지도 경기에 나서고 있던 상황이라 실전등판도 곧바로 가능하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 혹은 후반기 시작부터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다.
외국인 투수들은 보통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1년간, 그리고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KBO 리그를 경험한 세든은 그런 적응의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시차도 거의 없는 대만에서 뛰어 몸 상태를 유지하기도 용이하다. 결국 SK가 세든을 선택한 것은 기량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최대한 빠르게 전력화가 가능한 외국인을 선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몸값도 비싸지 않았다. 세든이 2013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SK로서는 또 한 번의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세든이 곧바로 SK행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SK가 세든과 지속적으로 쌓은 교류도 한 몫을 거들었다는 분석이다. 세든은 요미우리로 이적한 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옛 동료들과 반갑게 해후했다. 평소 낯이 익은 취재진을 향해서도 밝은 미소로 인사할 정도였다. 담당자와도 문자 메시지로 가끔씩 안부를 주고받곤 했다. 지난해에도 SK는 일본을 찾아 세든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영입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그런 지속적인 인연이 양자의 재회를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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