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불안 공존…세든 시즌2 결말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09 13: 00

SK가 새 외국인 선수를 비교적 빨리 확정지었다. 2013년 리그 공동 다승왕 출신인 크리스 세든(32)의 재영입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무대에 대한 경험, 기량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점은 장점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구위 저하에 대한 우려는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SK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든과 총액 15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1일 인천 kt전에서 타구에 맞아 손목 위 팔뼈 골절상 판정을 받은 밴와트를 대신할 외국인 투수를 찾던 중이었고 비교적 빠르게 세든을 선택했다. 미국에서 뛰는 선수들도 몇몇 후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과 SK에 친숙하고 최대한 빨리 전력화할 수 있는 세든을 최종 낙점했다.
세든은 2013년 SK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을 펼쳤던 선수다. 30경기에서 187⅓이닝을 던지며 14승6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했다. 다승 공동 1위, 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3위, 이닝소화 4위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며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오른 경력이 있다. 2013년 시즌 뒤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하며 SK를 떠났으나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기대치는 분명하다. 계산은 되는 투수다. 세든은 장신에서 나오는 까다로운 릴리스포인트, 그리고 좌우를 폭넓게 활용하는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위기관리능력, 여기에 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으로 구사하는 능력이 있다. 최고 140㎞대 초반의 빠른 공을 가지고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세든을 상대한 타자들은 “릴리스포인트가 높고 공을 앞에서 놔 체감적인 속도는 더 빠르다. 여기에 제구도 좋다”라고 장점을 설명한다.
적응 측면도 기대된다. 세든은 SK에서 1년을 뛰어 KBO 리그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대개 외국인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 그리고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세든은 이미 한국에서 뛰어봤고 일본·대만에서도 활약해 동양권 야구와 문화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다. 9일 입국하는 세든은 시차 적응 등의 요소도 필요하지 않아 미국에서 오는 선수들에 비해 실전 투입 시점도 빠를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장점은 구위가 2013년 정도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빛날 수 있다. 세든은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의 현미경 분석을 당해내지 못하고 4승5패 평균자책점 4.67에 그쳤다. 당시 세든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빠른 공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최고 구속이 130㎞ 중반대에 머문 것이다. 당시 이 관계자는 “세든이 한국에서 190이닝 가까이를 던졌는데 이런 경험은 해보지 못한 선수다. 그 후유증일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었다.
SK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지난해 관리 차원에서 세든을 지켜봤을 때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확인한 결과 일단 재작년 수준의 구속은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 코칭스태프 모두 이에 대해 동의했다. 올해는 140㎞ 중반의 최고 구속을 기록했고 평균구속은 130km 후반에서 140km 초반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슬라이더는 120㎞대 후반, 체인지업은 120㎞대 중반을 기록했다. 다만 대만과 한국의 리그 차이는 난다. 가뜩이나 타고투저 현상이 지배하고 있는 KBO 리그에서는 더 고전할 수 있다. 구위 자체로 타자를 압도하기는 힘든 세든에 대한 불안감도 분명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다만 기대치를 다소 낮춘다면 훌륭한 영입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시처럼 리그 최고 레벨까지는 아니더라도, SK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5할 이상의 승률만 기록해준다면 대체 외국인 선수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이라는 것이다.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도 기대된다. 올해는 당시와 다르게 김광현이라는 에이스가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고 당시보다 불펜 사정도 괜찮다. 여기에 SK는 왼손 선발이 김광현밖에 없었다. 구색의 다양화도 기대된다. 소정의 이적료는 지불했으나 몸값 자체가 저렴해 큰 부담은 없다.
반면 너무 난타당할 경우 이미 외국인 교체 카드 한 장을 쓴 SK로서는 포스트시즌 진출 전선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불펜으로 돌리는 방안도 있겠지만 SK가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여기에 세든은 보통 외국인 투수들이 초반 가질 수 있는 '신선함'이 없다. 세든의 적응이 수월한 만큼 상대 타자들도 세든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SK의 승부수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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