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땀방울’ 박정권, 대반격 칼 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10 13: 00

예기치 않은 부진에 팀도, 스스로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SK의 해결사 박정권(34)의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이제 막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있다. 박정권도 그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묵묵히 흘리고 있는 땀방울은 그 시점을 잡아당기고 있다.
SK 중심타선의 핵심 중 하나인 박정권은 최근 2군으로 내려갔다. 몸에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 타격 부진 때문이다. 박정권은 올 시즌 63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 7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박정권이기에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이다. 장타가 줄어들었고 득점권 타율이 2할1푼1리에 그치며 예전의 해결사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둔 상황이라 주위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박정권을 바라보고 있다.
거의 대부분 시즌 초반에 부진했다 2군행 이후 귀신같이 살아나곤 했던 박정권이다. 올해도 5월 한 차례 2군행 이후 살아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은 그 시점이 찾아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훈련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박정권은 2군에 내려오기 전에도 매일 특타를 자청하며 타격감 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김용희 SK 감독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이런 박정권의 두 번째 2군행에서 읽을 수 있는 SK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후반기 대반격의 선봉장이 되어 달라는 것이다. SK는 박정권이 심신을 충분히 가다듬은 뒤 다시 중심타선에서 폭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왼손 거포 자원이 마땅치 않은 SK로서는 박정권이 살아나야 모든 퍼즐이 맞춰질 수 있다. 지금 부진하다고 해서 기대치까지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를 잘 아는 박정권도 차분히 훈련에 임하고 있다. 2군에 내려온 직후 컨디션을 조절한 박정권은 현재 루키팀에서 팀 훈련 및 개인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서 10년 넘게 뛴 베테랑에게 기술적인 문제가 크게 도드라질 가능성도 적다. 말 그대로 심리적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차분한 환경에서의 훈련일 수도 있다. 박정권 또한 묵묵히 훈련장을 오가며 잡념을 지우고 있다.
김경태 SK 루키팀 코치는 “스스로도 많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라면서 “연습 타격을 할 때는 거의 대부분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정도다. 강화에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된다”라고 박정권이 빠른 시간 내에 살아날 것이라 점쳤다. 9일 오전 타격 훈련을 소화한 박정권은 오후에도 방망이 한 자루를 쥐고 조용히 훈련장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는 배팅볼 기계가 있었다. “언제쯤 2군에서 실전 경기를 소화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박정권이지만 그런 노력은 언젠가 보상을 받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박정권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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