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고졸 루키 엄상백(19)은 지난 5월만 해도 호투하며 박세웅(20)이 떠난 빈자리를 메우는 듯 했다. 배짱투에 매력적인 체인지업까지, 미래 토종 에이스 자질이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6월 들어 주춤하더니 좀처럼 좋았을 때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kt는 당초 크리스 옥스프링-필 어윈-앤디 시스코로 이어지는 외국인 투수 3인방으로 선발 마운드를 꾸렸다. 기본적으로 경험 있는 투수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외인 3인방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옥스프링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진하며 중도 퇴출됐다. 젊은 투수들보다도 부진한 성적으로 kt에 상처만 남겼다.
먼저 퇴출된 시스코의 자리에는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을 택했다. 침체된 타선을 강화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젊은 투수들을 키우기 위한 길이기도 했다. 올 시즌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하면서 경험을 쌓도록 한 것이다. 신인급 선수들에게는 다른 팀에서 얻을 수 없는 절호의 찬스였다. 신생팀 kt이기에 가능한 귀중한 경험.

그 중심에는 고졸 신인 엄상백이 있었다. 엄상백은 시즌 초부터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는 자원이다. kt가 트레이드를 통해 팀 내 최고 유망주 박세웅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엄상백을 비롯한 상위 지명 신인들에게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상백은 점차 선발진에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투구수를 조금씩 늘려갔고 5월 19일 마산 NC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선발 5경기 만에 수확한 선발승이었다. 이후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5월 6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81을 기록했다. 5이닝 이상 소화 경기는 2경기뿐이었지만 점차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6월 들어 들쑥날쑥한 피칭을 이어갔다. 구위가 좋아 길게 기용한 날도 있었으나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일 수원 KIA전에선 1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조범현 감독은 “이상하게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못 던진다”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게다가 kt는 어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저스틴 저마노를 영입했다. 그동안 어윈이 부진하며 더 많은 투수들에게 기회가 갔지만, 저마노의 가세로 한 자리가 줄게 됐다. 물론 저마노의 100% 성공을 점칠 수 없으나 한국 야구 경험이 있는 투수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엄상백은 9일 마산 NC전에서도 선발 기회를 얻었다. 결과는 3이닝 5실점의 부진투. NC전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 좋은 기억이 있었지만 NC 강타선을 다시 한 번 넘기에는 무리였다. 수비에서도 홈 베이스 커버가 늦는 등 미숙한 면을 드러냈다. 고졸 신인이기에 경험 부족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9.86으로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 아직은 전체적인 부분에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발 자리가 비어있는 만큼 시원하게 맞으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부진이 길어진다면 무조건 안심할 수도 없다. 현재 선발 자원으로 윤근영, 주권 등이 함께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 조 감독도 선발 기회에 대해 “계속이란 건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지속적인 1군 생존을 위해선 반전투가 필요하다. 과연 엄상백이 언제쯤 1군 벽을 허물고 자리를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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