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는 없었다. 절치부심했고 이전보다 나은 투구를 펼쳤다. LG 트윈스 선발투수 류제국(32)이 롯데와의 올 시즌 두 번째 맞대결서 호투, 복수혈전에 성공했다.
류제국에게 지난 5월 23일 사직 롯데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당시 류제국은 3⅓이닝 11피안타(4피홈런) 9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숙소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낼 만큼 충격이 컸다. 류제국은 “10년 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데뷔전 이후 홈런 4개를 맞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허탈함을 전했다.
그런데 당시 3연전 모두 엄청난 난타전이었다. 3연전 내내 롯데는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총 52안타 41득점을 기록했다. LG 또한 3경기서 총 34점을 뽑았다. 3연전 동안 롯데와 LG는 무려 17개의 홈런을 쳤다. 양 팀 투수들 대부분이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지난해부터 이야기가 나온 사직구장 탱탱볼에 대한 의심이 커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류제국은 탱탱볼 의혹에 단호했다. 다시 롯데와 만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그라운드 위에서 실력으로 증명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 9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류제국은 “지난 롯데전에서 공 때문에 못했다고 말하기 싫다. 나와 붙은 롯데 선발투수 린드블럼은 3실점하지 않았나. 공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핑계 밖에 안 된다. 단지 이번 잠실 롯데전에선 준비 잘 해서 복수하겠다는 마음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린드블럼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고, 다른 결과를 냈다. 9일 잠실 롯데전서 류제국은 6⅓이닝 1실점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동점이 되면서 선발승을 올리지는 못했으나,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의 무브먼트를 통해 자신을 괴롭혔던 롯데 타자들을 봉쇄했다. 이전 경기에선 린드블럼에게 완패했으나, 이번엔 린드블럼과 호각세를 이뤘다. 동시에 류제국은 올 시즌 6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 이닝이터로서 자존심도 지켰다.
무엇보다 LG는 9회말 이진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2-1 승리했다. 롯데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내줬지만, 다음 두 경기를 모두 끝내기 안타로 가져가며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류제국과 팀 모두 롯데전 복수에 성공한 것이다.
승리 후 류제국은 “저번 롯데전에 홈런을 많이 맞고 점수를 많이 줘서 아쉬웠는데 오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서 기분이 좋다”며 “오승택 선수에게 볼넷을 허용해서 위기를 맞이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윤)지웅이를 비롯해 구원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팀이 승리해 기쁘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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