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다운사이징 쏘나타, “어떤 차가 좋아?” 아닌 “나는 어떤 운전자?”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5.07.10 09: 29

천연색의 수십 가지 메뉴를 놓고 맛 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골라 먹는 재미’라는 콘셉트로 단일한 맛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이 가게를 찾은 아빠. 좀처럼 어떤 맛을 골라야 할지 선뜻 결정을 못한다. 반면 딸아이는 이것저것 손가락으로 잘도 가리킨다. 내가 먹고 싶은 맛을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장수 자동차 모델인 쏘나타가 7세대를 이어오며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는다. 1985년 ‘중형 승용차의 리더’를 자처하며 탄생한 쏘나타는 어느덧 청년기를 지나 완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이 차를 타고 시집가는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던 소년은 이제 중년의 가장이 되어 있다. 30년 된 쏘나타가 2015년 하반기를 시작하며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7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세분화 해 ‘골라 타는 맛’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일곱 색깔 ‘쏘나타’ 앞에서 소비자는 고민하게 된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매대 앞에서 당황스러워하는 아빠, 입맛이 이끄는 대로 거리낌없이 골라나가는 딸아이, 두 모습이 오버랩 된다. 어떤 차를 고를 것인가? 이 결정은 ‘나는 어떤 운전자인가’를 먼저 파악하는 데서 시작 된다. 나의 운전 스타일과 차를 쓰는 방도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7가지 쏘나타’는 기존 ‘쏘나타 가솔린’과 ‘2.0 터보’ ‘하이브리드’ ‘LPi’에 ‘쏘나타 디젤’, ‘쏘나타 1.6터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세하면서 완성 됐다. 심장이 다른 ‘7색 쏘나타’는 “같은 이름을 쓰는 완전히 다른 차”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새롭게 라인업에 추가 된 3종은 ‘친환경 고효율’이라는 공통된 취지가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쏘나타 디젤’, 역동성을 강조하는 ‘쏘나타 1.6 터보’는 모두 다운사이징 엔진을 사용해 ‘친환경성’이라는 대주제에도 부합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친환경차의 대표주자다.
현대자동차는 9일, 인천 송도에서 ‘쏘나타 1.7 디젤’과 ‘쏘나타 1.6 터보’에 대한 미디어 시승행사를 가졌다. 시승구간이 짧은 데다 두 차종을 번갈아 타봐야 하는 일정 탓에 특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지만 최소한 두 차가 어떤 점을 강조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쏘나타 디젤’은 1.7 eVGT 엔진과 7속 더블클러치(DCT)를 달았다. 철저하게 연료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조합이다. 그 결과 최고출력 141ps, 최대토크 34.7kg.m을 구현했고, 16.8km/ℓ, 16.5km/ℓ, 16.0km/ℓ(각각 16/17/18인치 휠)의 고연비를 달성했다. 2.0CVVL 모델과 비교하면 연비는 33%, 토크는 69% 향상 됐다.
송도에서 인천대교를 건너 영종도를 돌아오는 편도 25km 구간에서 ‘쏘나타 디젤’이 준 인상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디젤 특유의 토크가 저중속 구간에서 상당한 만족도를 주는 반면 1.7리터 엔진이 갖는 출력의 한계도 있었다. 물론 이는 초고속 주행 같은 한계상황을 가정했을 때 나타난 현상이고, 실생활 운행 범위에서는 모자람도 넘침도 없었다.
사실 일상 운행에서 배기량 2000cc만 돼도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일(킥다운)이 많지 않다. 차가 가진 성능의 상당 부분을 묵히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쏘나타 디젤’은 차의 성능을 100% 활용하는 맛이 있었다. 킥다운과 연비주행이라는 극과 극의 운전 범위를 부담 없이 누릴 수 있었다. 조금만 신경 써서 연비 운전을 하면 트립상 연비는 사정없이 올라갔다. ‘다운사이징 디젤 엔진’의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쏘나타 디젤’에 이어 ‘쏘나타 1.6터보’를 탔더니 그 정숙성이 마치 전기차를 타는 듯했다. ‘쏘나타 디젤’도 오토스톱 기능(ISG)이 있어서 엔진 소음이 귀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쏘나타 1.6 터보’는 소리 자체가 없는 듯 고요했다.
움직임은 날렵했다. 디젤 모델처럼 ISG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연비는 15 km/ℓ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스티어링휠에 부착 된 패들시프트는 추가 가속과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는 데 매우 유용했다.
7단 DCT와 다운사이징 엔진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쏘나타 1.6터보’의 공인 연비는 13.4km/ℓ, 13.1km/ℓ, 12.7km/ℓ(각각 17/18인치 휠)다. 1.6 터보의 최고출력은 180ps, 최대토크는 27.0kg.m. 2.0 CVVL의 168마력보다 출력이 높다. 2.0CVVL 모델 대비 연비는 6%, 출력은 7%, 토크는 31% 높아졌다.
디젤과 1.6터보 모두 엔진룸을 열어보면 한눈에도 작아 보이는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엔진 앞 뒤에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의 남는 공간이 있어 휑해 보이기도 한다. 세팅이 차의 특성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을 터다. 결과적으로 다운사이징을 통해 얻는 것도 있고 또 잃는 것도 있다. 최고의 선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차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도달하기에는 쉽지 않은 영역이다.
소비자는 이제 ‘골라 타는 차’ 앞에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고민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운전자로서의 나’를 먼저 아는 것이다.
‘쏘나타’라는 이름의 진열대에는 이런 상품이 놓여있다. 가장 파워풀 한 ‘2.0 터보’, 가장 다이내믹한 ‘1.6 터보’, 가장 효율적인 ‘디젤’, 가장 합리적인 ‘2.0 CVVL’, 최첨단을 걷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가장 스마트한 ‘하이브리드’다. 나의 입맛은 어떤 모델에 가장 오래 시선을 주고 있을까?
쏘나타 1.7 디젤 모델의 판매가격은 스타일 2,495만원, 스마트 2,780만원, 스마트스페셜 2,950만원이고 1.6 터보 모델의 판매가는 스타일 2,410만원, 스마트 2,690만원, 스마트스페셜 2,810만원이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