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이 센 녀석이다".
한화 외야수 이종환(29)이 이적 후 야구인생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6일 4대3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종환은 이적 후 24경기 58타수 21안타 타율 3할6푼2리 9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4번 김태균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최근 5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12안타 5타점 불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시즌 타율은 어느덧 3할2푼4리까지 올랐다. 득점권에서 3할6푼의 집중력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이종환 스스로는 "몇 경기 잘했을 뿐"이라며 담담해 하지만 인상 깊은 활약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이종환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은 모습이다. 김 감독은 "이종환이는 꾸준하다. 방망이가 잘 맞으면 연습 때라도 욕심이 나기 마련인데 이종환은 그대로 시키는 대로만 한다"며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도 프리배팅에서는 무조건 좌중간으로 밀어 치라 했다. 처음 5개, 5개 10개까지는 괜찮은데 그 다음은 다 당겨쳤다"고 말했다.
즉 타자라면 어느 누구나 욕심이 나게 마련이고, 꾸준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타격감이 좋을 때에는 본능적으로 당겨 치는 습성이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김 감독은 좀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이종환의 타격 자세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 "뚝심이 센 녀석이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김 감독은 "성격도 순박하다. 훈련을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한다. 허도환이처럼 생긴 것도 동글동글해서 보고 있으면 귀엽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종환은 "한화에 와서 훈련량이 5배는 늘어난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윙이 커졌는데 감독님 지시대로 짧게, 어퍼스윙으로 고친 게 좋아졌다"며 "요즘 잘 맞고 있지만 야구란 게 잘할 때가 있으면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아직도 난 한참 멀었다.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이종환의 뚝심은 체중 감량에 있어서도 나타난다. 김 감독은 지난달 2일 넥센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성남고에서 특타를 실시하고 이종환에게 목동야구장까지 뛰어올 것을 지시했다. 체중 감량을 위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옆에 선수와 웃으며 장난 치고 있더라. '빨리 안 뛰어?' 라고 하니까 그제야 표정이 굳고 뛰더라"고 허허 웃었다. 그는 이날 7km 거리를 한 시간 넘게 혼자서 뛰어왔다.
김 감독은 "지금보다 살을 더 빼야 한다. 지금 연습량은 연습도 아니다. 대전 홈경기에서는 야구장 앞에 보이는 보문산을 뛰어오르게 할까 보다. 내가 망원경으로 뛰어가는지 다 볼 것이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한화로 이적하고도 체중이 전혀 빠지지 않았다는 이종환은 "2년째 지금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며 식이 조절로는 체중 감량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종환은 구수한 말투로 웃으며 답했다. "먹어야 살죠". 이종환은 역시 뚝심이 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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