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첫 10승. 외국인 투수에게 10승은 당연한 미션처럼 보이지만 에릭 해커(31)에게는 숱한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해커는 지난 9일 마산 kt전에서 6이닝 7피안타 2볼넷 2사구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NC의 11-0 완승을 이끌었다. 해커의 시즌 10승이 만들어진 순간, 지난 2년의 시련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선발로 활약한 외국인 투수가 3년째 첫 10승을 따낸 건 최초의 일이다.
해커는 지난 2013년 NC의 1군 진입 첫 해 공룡 군단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해커는 3번째 외국인 투수였다. 그보다 젊고 힘이 있는 아담 윌크와 찰리 쉬렉이 원투펀치였다. 셋 중 가장 먼저 퇴출 가능성이 언급된 투수도 해커였다. 그해 4월말 느린 슬라이드 스텝 때문에 2군에 다녀왔다.

그해 4월 4경기에서 해커는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7.11로 고전했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많은 11개 도루를 허용하며 주자 견제에서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다. 첫 번째 고비였다. 2군에 내려간 해커는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한국의 특성에 맞춰 견제를 세심하게 다듬었다. 첫 4경기에서 11개 도루를 내줬지만 이후 23경기에선 14개만 내주며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운이 해커를 덮쳤다. 2013년 해커는 27경기에서 178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3으로 선방했지만 4승11패에 그쳤다. 3번의 완투패 포함 퀄리티 스타트를 16경기나 하고도 4승밖에 얻지 못한 것이다. 그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5명 중 최소 승리로 불운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내용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한 해커는 2년차 시즌이 된 지난해 초반 순항했다. 시즌 첫 13경기에서 8승을 올리며 무패행진을 벌였다. 8승째를 올린 6월17일까지 다승 공동 1위로 첫 해 불운을 씻는 듯했다. 10승도 눈앞이었다. 그런데 8승째를 거둔 6월17일 마산 롯데전이 마지막 승리일 줄을 몰랐다.
이후 해커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8승을 거둔 뒤 17경기 연속 승리를 못했다. 패전만 8번을 떠안았다. 평균자책점 4.20에 퀄리티 스타트 7번 그 중 3번은 7이닝 이상 던졌지만 승리로 연결되지 않았다. 지독한 불운 앞에서 또 한 번 울어야 했다. 해커와 10승은 결코 닿지 않은 인연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감독은 불운에 굴하지 않는 해커의 정신 자세를 높이 평가하며 2년 연속 재계약했다. 그리고 3년째가 된 올해 해커는 명실상부한 NC의 에이스가 돼 17경기 만에 10승에 도달했다. 지난 2년의 고난과 역경 끝에 수확한 10승의 감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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