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탈락’ 한국농구, 운영의 묘 아쉬웠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7.11 06: 58

한국농구는 잘 싸웠다. 하지만 더 잘 싸울 수 있었다. 
이민현 감독이 지휘하는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 대표팀은 9일 오후 광주대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 A조 예선 4차전에서 에스토니아 U대표팀에게 62-73으로 무릎을 꿇었다. 2승 2패가 된 한국은 독일(4승)과 에스토니아(3승 1패)에 밀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몬테네그로와 순위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은 3쿼터까지 55-53으로 앞서며 역전승을 노렸다. 하지만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실책이 쏟아지며 무너졌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집중력까지 흐트러진 영향이 컸다. 경기 후 이민현 감독은 “체력적인 문제가 컸다. 이승현, 강상재가 체력이 거의 고갈됐다. 4일 연속 경기를 했다. 4쿼터 초반 포스트에서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지적했다.

▲ 8인 로테이션, 체력고갈은 예상된 문제
한국의 체력고갈 문제는 일찌감치 예상이 가능했다. 이민현 감독은 U대회를 앞두고 열린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서 한국B, 캐나다, 일본, 러시아와 4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12명의 선수 중 최창진(경희대), 이대헌(동국대), 박인태(연세대) 세 명의 선수는 사실상 로테이션에서 제외하고 거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U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 문성곤(고려대)이 아시아-퍼시픽 결승 러시아전에서 발목부상을 입으면서 전력에서 제외됐다. 한국은 핵심전력 8명으로 4일 연속 대회를 치렀다. 그나마도 주전의존도가 심했다. 체력고갈은 당연한 문제였다.
▲ 에스토니아전 막판 체력이 떨어진 이유
한국은 6일 중국과의 첫 경기서 76-62로 이겼다. 첫 단추는 잘 꿰었다. 베일에 가려졌던 2차전 상대 모잠비크는 수준이하였다. 속공 상황에서 단독 레이업슛 때 림도 맞추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상대가 이런 실력이라면 한국은 일찌감치 주전들을 빼는 게 나았다.
최창진, 이대헌, 박인태는 모잠비크전 3쿼터 중후반부터 기회를 얻었다. 차라리 이들이 처음부터 더 많은 출전시간을 나누는 것이 나았다. 부동의 주전 이승현이 2쿼터 말까지 뛰다가 발목을 다친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었다. 
독일전서 한국은 3쿼터까지 대등한 경기를 했다. 하지만 4쿼터 5분을 남기고 11점을 뒤졌다. 여기서 이민현 감독은 전면강압수비를 선택했다. 주전들 체력을 다 짜낼 생각이라면 독일을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결국 한국은 독일에게 58-67로 졌다. 차라리 독일전에서 체력을 비축했다면 에스토니아전 결과는 달리질 수도 있었다. 경기 후 이민현 감독은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끝까지 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독일전에서 체력을 다 쓴 선수들은 에스토니아전 4쿼터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 이승현과 이재도에게 짐이 너무 컸다
프로선수 이승현(23, 오리온스)과 이재도(24, KT)는 부동의 주전 센터와 포인트가드로 매 경기 거의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승현의 경우 발목을 다쳐 2쿼터에 빠진 모잠비크 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35분 이상을 뛰었다. 이재도도 마찬가지였다. 동포지션에서 상대보다 키가 작은 두 선수는 가뜩이나 큰 상대를 막느라 체력소모가 극심한 상황이었다.
이승현은 대부분의 경기서 한국팀 최다득점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그는 자신보다 15cm 이상 큰 선수를 상대하느라 공수에서 체력소모가 막심했다. 이재도 역시 공수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은 패턴플레이 실패로 공격제한시간에 쫓기면 이승현과 이재도의 1 대 1에 이은 개인기에 의존했다. 리더역할에 해결사까지 도맡아야 하는 두 선수의 짐이 너무 컸다.
U대회를 앞두고 센터 김종규와 이종현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설상가상 김준일까지 무릎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빅맨 이승현에게 지워진 부담이 너무 컸다. 문성곤의 부상도 한국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허웅과 한희원이 선전했지만 문성곤의 공백은 크다.
8강 진출 실패 후 이승현은 “체력이나 부상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우리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남은 경기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마지막까지 필승을 다짐했다. 이민현 감독은 “승부를 생각하다보니 주전들이 많이 뛴 면이 있다. 순위결정전도 중요하다. 남은 경기서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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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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