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재기 꿈꾸는 정현석, "김성근 감독님 문자 메시지 큰 힘"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5.07.11 06: 23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현석(한화 외야수)이 병마를 딛고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정현석은 지난해 12월 12일 위암 수술을 받은 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방망이를 다시 잡았다. 지난달 19일 kt와의 퓨처스 경기부터 8차례 출장해 타율 2할1푼7리(23타수 5안타) 3타점을 기록 중이다.
10일 오전 삼성과의 퓨처스 경기가 열리기 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정현석은 "많이 좋아졌다. 운동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 정기 검진만 한 번씩 받으면 된다"고 씩 웃었다. "수술 전보다 몸무게가 7~8kg 정도 빠졌다"는 정현석은 "체중이 빠지면 힘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수술 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예전보다 체지방이 많이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1998년 쌍방울 사령탑 시절 신장암에 걸렸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한 쪽 신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일까. 김성근 감독은 정현석의 위암 수술 소식을 접한 뒤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정현석은 수술을 앞두고 김성근 감독에게서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병에서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은 야구장에 빨리 오겠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 그러면 병도 빨리 낫고 기운도 차릴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다"며 "가끔씩 감독님께서 보내주신 문자 메시지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화 선수들은 일본 오키나와 전훈 캠프 때 모자에 '뭉치'라고 적어 넣었다. 뭉치는 정현석의 별명. 병마와 싸우는 정현석이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현석은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선수들 모자에 '뭉치'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외롭지 않았다. 하루 빨리 그들 곁에 돌아가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정현석에게 1군 예상 복귀 시점을 묻자 "머릿속에 그렸던 건 벌써 갔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았다. 내가 언제쯤 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 하루 빨리 1군 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대답했다. 정현석은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정현석의 훈련 스케줄을 조절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훈련을 자청할 만큼 의욕이 강하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절대 무리해선 안된다"고 만류할 정도다.
정현석은 "나는 이렇게 해야 내 마음이 더 편하다. 그동안 많이 놀아봤다. 무기력하게 놀면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것보다 조금은 힘들어도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배영수의 FA 보상 선수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던 정현석은 위암 수술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점화됐고 현금 트레이드 형식으로 한화에 잔류하게 됐다. 정현석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마음 고생 같은 건 없었다. 수술 직후 구단 측의 연락을 받고 대구에 살 곳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다시 한화에 남게 됐다. 한화 사장님과 단장님께서 병원에 찾아오셔서 함께 하자고 하셨다. 구단의 배려 덕분에 이만큼 컨디션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에서도 내게 배려해준 부분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화 외야진은 탄탄하다. 그만큼 정현석이 1군 무대에 진입하는데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항상 들어왔던 이야기다. 경쟁 선수들의 실력을 떠나 내가 어느 만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정현석의 말이다.
흔히 병마를 이겨낸 사람들은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이에 정현석은 "주변 사람들이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즐기면서 살아라'고 조언하시는데 나는 별 다른 게 없다. 그냥 똑같은 것 같다. 좀 더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확 바뀌는 건 아니다"고 대답했다.
정현석은 병마와 싸우면서 팬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팬들의 사랑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팬들께서 나를 아껴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 빨리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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