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호언장담, "권용관, 앞으로 몇 년 거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7.11 09: 00

"권용관, 그래 오케이".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8일 대전 두산전이 우천 연기되기에 앞서 '불혹의 유격수' 권용관(39)을 불러 직접 타격 지도를 했다. 김 감독은 "몸을 팽이 돌리듯 돌려라. 왼손을 빼지 말라"며 마치 어린 선수를 다루듯 권용관을 세심하게 지도했다. 권용관이 프리배팅에서 좋은 타구로 반응하자 김 감독은 손으로 OK 모양을 그리며 "그래, 오케이"라고 손짓을 보냈다. 
김 감독은 "권용관 칭찬하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며 "여기 와서 많이 좋아졌다. 나이가 있지만 앞으로 몇 년은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만 39세, 우리나이 불혹이지만 김 감독은 "승부 세계에서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스무 살이라도 게으르면 소용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용관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LG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대로 은퇴할 뻔했지만 옛 스승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권용관은 "40살이 아닌 30살이라는 생각으로 하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틀을 깨고 싶다. 마흔에도 얼마든지 유격수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을 위한 길을 닦아놓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권용관은 다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시즌 71경기 타율 2할1푼6리 42안타 3홈런 17타점. 타격 성적은 화려하지 않지만 작전수행능력과 중요할 때 결정타 능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주 포지션 유격수로 한화 내야의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책이 10개 있지만 호수비도 많았다. 
지난 9일 대전 두산전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시즌 3호 홈런을 터뜨리며 자신의 유격수 최고령 홈런을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운데 이어 10일 잠실 LG전에는 유격수 최고령 3루타까지 세웠다. 우리나이 불혹에 유격수로 이렇게 뛰고 있는 것도 권용관이 처음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켰다. 
이 같이 권용관이 나이를 거스를 수 있는 건 철저한 자기관리 외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평소 "잠을 많이 잔다. 잠을 잘 자는 것만큼 확실한 체력 보충 방법은 없다. 경기나 훈련이 끝나면 빨리 집에 가서 잔다"고 말했다. 다른 생활은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야구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운동신경이 살아있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전부터 "권용관을 정말 잘 데려왔구나 싶다"며 기대를 걸었고, 권용관은 믿음으로 보답하고 있다. 그는 "최고령 기록은 의미가 없다. 후배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내가 본보기가 돼 후배들이 내 나이가 돼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고 작지만 큰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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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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