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7월 1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은 SK텔레콤의 독무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집단인 선수와 감독들 뿐만 아니라 팬들도 '황제' 임요환이 이끄는 SK텔레콤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한빛 스타즈가 1-3로 끌려가던 경기를 멋지게 4-3으로 뒤집으면서 광안리 무대의 첫 주인공이 됐다.
당시 한빛을 이끌었던 집념의 승부사 이재균 감독이 롤챔스의 새식구 레블즈 아나키의 사령탑으로 현장에 복귀했다.
최근 e스포츠 업계에서 정통한 관계자들 다수는 "이재균 감독이 레블즈 아나키의 감독으로 취임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웅진 스타즈가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해체되면서 현장을 떠난 이재균 감독이 팬들 곁으로 돌아온 것.

이재균 감독의 전격적인 복귀는 레블즈 아나키를 협회에서 위탁관리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아나키는 서머시즌 시작 전 IM과 프라임이 각각 롱주IM과 스베누로 기업 후원을 성사하면서 롤챔스에 뛰고 있는 팀들 중 후원사가 유일하게 없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아나키가 서머시즌 1라운드서 프로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조금 더 체계적인 지원과 안정적인 팀운영을 위해 위탁관리를 결정하게 됐고, 후원사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령탑으로 경기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균 위원장에게 아나키의 사령탑을 부탁하게 됐다.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는 OSEN에 "아나키의 위탁관리를 결정하면서 이재균 위원장께 감독 자리를 요청드렸다. 사실상 자원봉사 같은 성격의 궂은 일인데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재균 감독의 복귀를 확인시켜줬다.
이재균 감독은 e스포츠계의 최고의 승부사로 불렸던 명장 중의 명장. 프로리그 원년인 2003년 한빛 스타즈를 이끌고 리그에 참가한 이재균 감독(한빛(2001~2008) 웅진(2008~2013))은 당해 년도 9승 3패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1위를 차지했다.
결승에서 SK텔레콤의 전신인 동양 오리온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다음 대회인 스카이 프로리그 2004 1라운드서 정규시즌 1위에 이은 '황제' 임요환이 포진한 SK텔레콤을 10만 관중이 운집한 광안리 앞마다에서 짜릿한 4-3 역전승으로 제압하며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프로리그에서도 역대 처음으로 200승을 달성한 바 있다.
현재 나진 엠파이어 박정석 감독과 KT 롤스터 스타2팀 강도경 감독, 스베누 박외식 감독을 포함해 '악마' 박용욱 나도현 박경락 박영민 조형근 신정민 김준영 윤용태 김명운 김민철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양성했다.
지난 2013년 12월 웅진 해체 이후 1년 8개월만에 현업에 다시 복귀하게 된 이재균 감독은 "오랜만의 현장 복귀라 얼떨떨하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진정한 프로로 거듭날 수 있게 이끌어나갈 생각"이라고 취임 소감을 간단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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