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멈춰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SK 수호신의 시계는 묵묵히 앞을 향해 태엽을 돌리고 있었다. 박희수(32, SK)가 투구에 들어가며 재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직 복귀 시점을 논하기는 이른 상황이지만 곳곳에서 희망의 징조를 엿볼 수 있다. 박희수의 얼굴과 말투에도 밝은 빛이 돌아왔다.
왼 어깨 부상으로 1년 넘게 재활을 하고 있는 박희수는 최근 다시 공을 던지고 있다.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하프 피칭 과정을 모두 끝냈다. 현재는 포수를 앉혀 놓고 80% 정도의 힘으로 던지고 있다. 9일 오전에도 피칭을 했다. 선수는 물론, 곁에서 지켜본 모든 관계자들이 만족감을 드러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박희수의 투구를 본 팀 동료 여건욱은 “정말 공이 좋았다”라며 과장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동안 통증이 있어 재활 과정이 더디게 흘러갔었는데 고비를 넘기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박희수의 왼 어깨는 의학적으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가 통증을 느껴 재활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심리적인 문제다. 스스로 이를 이겨내야 한다”라고 안쓰러워했지만 선수를 몰아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팬들의 기다림도 길어졌다.

그러나 선수와 구단 모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빠른 복귀를 위해 통증을 만성화시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 선택지는 포기했다. 꾸준한 보강운동을 통해 통증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통증이 사라졌다. 박희수의 재활을 돕고 있는 김상용 컨디셔닝코치는 “현재 어깨 상태는 90% 정도라고 보면 된다. 선수도 통증을 느끼지 않고 있다. 상태는 좋은 편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회복력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박희수는 6일 투구를 했다.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들은 투구 다음날은 휴식을 취한다. 어깨가 뭉쳐 공을 던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박희수는 7일에도 쉬지 않고 캐치볼을 했고 9일 다시 공을 던졌다. 회복력이 좋아졌다는 것은 재활의 청신호다. 아프지 않자 한동안 굳어있었던 표정도 다시 밝아졌다. 박희수는 9일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상용 코치는 “직장인들도 자기 일이 잘 풀리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박희수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관계자들도 아직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조금씩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한 코치는 “복귀에 대해 어떻게 말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지금 페이스라면 후반기 1군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상황이 희망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피 나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박희수는 올 시즌이 시작된 후 집에 들어간 적이 별로 없다. 강화의 SK퓨처스파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살고 있다. SK 재활 선수 중에서 ‘합숙’을 자처한 유일한 선수다. 한 선수는 “정말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대단하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만큼 절박하게 재활과 야구에만 매달렸다.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박희수의 재기를 의심치 않고 응원하는 이유다.
아직 단계는 남아있다. 현재 상황에서 투구수와 투구 강도의 보폭을 늘려가며 몇 번 더 피칭을 해야 한다. 문제가 없으면 라이브피칭으로 넘어가고 그 후 실전 복귀 일정을 조율할 전망이다. 안심할 단계도, 섣부른 판단을 내놓을 때도 아니다. 그러나 통증이 사라졌고 어깨의 회복력도 돌아오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의 의지가 강하다. 재기하는 선수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하늘이 땀의 가치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박희수는 반드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라는 강화의 증언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박희수의 시계가 다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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