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지 2년째가 된 최원제(삼성)는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고 씩 웃었다.
최원제는 고교 시절 투타 만능 선수로 각광을 받았다. 장충고의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황금사자기 우승과 함께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원제의 2007년 전국대회 성적은 타율 3할9푼(59타수 23안타) 4홈런 22타점 11득점.
그는 마운드에 오르면 강속구를 뿌렸고 방망이를 잡으면 큼지막한 타구를 펑펑 날렸다. 당시 삼성 코치들은 '투수냐 타자냐' 고민할 정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가혹할 만큼 투타 모두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다. 투수로서 성공의 꽃을 피우지 못한 최원제는 2013시즌이 끝난 뒤 '타자 전향'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최원제는 10일 현재 퓨처스 경기에 26차례 출장해 타율 3할1푼6리(79타수 25안타) 5홈런 18타점을 기록 중이다. 최원제는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타석에 들어설때 긴장감도 많이 줄었고 코치님들의 도움 속에 노림수도 많이 생겼다.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볼넷(8개)에 비해 삼진(20개)이 많은 편. 최원제는 "아직 삼진이 많다. 아무래도 유인구에 많이 속아서 그렇다.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 꾸준히 타석에 들어서다보니 나아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또한 "떨어지는 변화구를 공략하는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 과제"로 덧붙였다.
그는 타자 전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채태인을 예로 들며 "정말 대단하다. (타자 전향이라는 게) 쉽지 않다. 타자 전향 직후 훈련만 하면 되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투수보다 할 것도 더 많고 힘들다"고 혀를 내둘렀다.
최원제는 경험과 자신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젠 타석에 많이 들어서다보니 익숙해졌다. 경험이 참 중요하다. 코치님들께서 여러모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선배들의 한 마디가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우완 투수는 자신있는데 좌완 투수는 아직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게 되더라. 방망이가 맞지 않을때면 나 스스로 위축돼 스윙이 작아지고 공을 갖다 맞추는데 급급해진다. 그럴수록 더 자신있게 해야 한다".
고교 시절 함께 뛰었던 친구들과 투타 대결을 벌일때면 기분이 묘하단다. "작년까지 BB 아크에 있다 보니 타자 전향한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투수와 타자로 만나니 신기하다. 경기 전에 만나면 '옛날 생각나지 않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최원제의 수비 포지션은 1루다. 최근 들어 뛰어난 좌타자가 많아져 1루를 '뉴 핫코너'라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수비의 중요성이 커졌다. 최원제는 "1루 수비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훈련과 실전이 천지 차이다. 타구도 굉장히 빠르다. 예전에는 1루 수비를 맡으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언제쯤이면 타자 최원제를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그는 "그건 나도 모른다"고 웃은 뒤 "타격이든 수비든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어제 잘 쳐도 오늘 못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복을 줄여야 한다"며 "내게는 마지막 승부와 같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많이 노력해 빨리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장난기 가득했던 최원제는 예전과는 달리 많이 의젓해졌다. "어릴 적에는 그저 까불거렸는데 이젠 프로 8년차다. 후배들도 많이 생겼고. 잘 해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니까 한 번 도전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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