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주’ SK 조용호, 지옥에서 돌아온 오뚝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11 14: 03

세 번이나 부상을 당했고 일찌감치 수술대에 올랐다. 불운했다. 그 불운은 자신의 인생에서 야구라는 단어를 뺏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불굴의 의지와 근성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이제는 빛이 보이고 있다. 올 시즌 SK 퓨처스팀(2군)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 중 하나인 조용호(26, SK)의 이야기다.
조용호는 올 시즌 SK 퓨처스팀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선수 중 하나다. 퓨처스리그 69경기에서 타율 3할2푼3리, 2홈런, 30타점, 10도루를 기록하며 외야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그런데 조용호의 야구인생은 굴곡이 심했다. 두 번의 계기가 없었다면, 지금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조용호의 모습은 없을 수도 있었다.
아마시절부터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프로지명을 받지 못했다. 기량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 부상 때문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부상이 이어졌다. 야탑고등학교 3학년 때는 어깨를 다쳤다. 단국대학교 1학년 때, 그리고 4학년 때는 두 번이나 부상을 당했다. 그 중에는 치명적인 발목 부상도 있었다. 운도 없었다. 두 번째 대회를 앞둔 연습경기에서, 그것도 9회에 부상을 당했다. 4학년은 빠지는 연습경기였는데, 유일하게 조용호만 경기에 들어갔다 벌어진 일이었다.

몸이 성치 않은 조용호를 지명할 프로 구단은 없었다. 좌절의 시간이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입소했지만 야구에 대한 흥미는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조용호는 “야구를 그만 둘 생각이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야구와의 인연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집해제 3개월 정도를 남기고 생각이 바뀌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야구였다.
조용호는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때까지 야구만 하다보니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야구였다. 그래서 모교(단국대)를 찾아가 감독님한테 운동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프로 입단 등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막연히 훈련을 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런 조용호에게 두 번째 계기가 찾아왔다. 김용희 현 SK 감독이었다.
당시 SK의 육성총괄이었던 김 감독은 단국대 등 대학 선수들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런 김 감독에게 대학 관계자들이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라고 사정했고 김 감독은 조용호를 지켜본 끝에 한 달간의 시간을 줬다. SK 퓨처스팀에 합류해 기량을 점검했다. 마지막 기회에 악착같이 달려진 조용호는 비로소 지난해 6월 SK의 육성선수로 입단할 수 있었다.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그런 조용호는 올 시즌 성장세가 도드라지고 있다.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공·수·주에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용호는 “체력적으로 지치는 점은 있는데 하루 자고 일어나면 또 괜찮다. 더운 것 빼고는 힘든 게 없다”라고 웃으면서 “초반에는 몇 번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그런데 부상 선수 자리를 채우려 들어갔고 계속 경기에 나가다보니 감각을 찾은 것 같다”라고 겸손해했다.
불과 1년 반전까지만 해도 야구를 그만둘 신세였던 조용호는 그래서 지금이 행복하다. 조용호는 “좋아하는 야구를, 그것도 돈까지 받으면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웃어보였다. 부상에 대한 악몽이 있지만 근성으로 무장한 허슬 플레이를 한다. 조용호는 “내가 홈런을 칠 수 있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몸을 사릴 수가 없다”라면서 의욕을 가지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내야수였던 조용호는 외야로 전향했지만 서서히 외야수로서의 모습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야구를 할 수 없는 삶이 지옥이라면, 조용호는 지옥에서 돌아온 사나이다. 목표에 대한 질문에 조용호는 “지금으로도 만족한다”라면서도 “가슴 속에 숨긴 가장 큰 목표는 FA 자격을 한 번 행사해보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 이 목표가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었던 그 때 그 당시와 비교하면, 그래도 이 목표에 대한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호가 현재에 감사하며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 다치고 꾸준히 활약하고 싶다”라는 조용호. SK에 포기를 모르는 또 하나의 악바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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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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