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야구가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대회를 마감했다.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미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15안타를 몰아치면서 14-6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예선리그 일본, 준결승전 대만에 패해 체면을 구겼지만 동메달을 확보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이건열 감독은 "어제 대만에게 진 것이 아쉽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초반 주춤했지만 타자들이 활발한 타격을 해주었고 투수들도 제몫을 했다. 이번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우리 선수들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이 묻어나는 대회 결산용 평가였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의 구위, 수비, 타격은 일본선수들에게 한 수 뒤지는 모습이었다. 다만 조수행, 김성훈을 앞세운 기동력은 장점이 분명했다. 대만과는 투타에서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파워에서 밀렸고 찬스에서 집중력의 차이가 있었다. 대만은 동메달만 따면 병역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동기부여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마운드의 필승카드가 없었다. 건국대 4학년 김승현이 팔꿈치 통증 때문에 빠졌다. 시속 150km짜리 볼을 뿌리는데다 4년 통산 평균자책점이 1.73이다. 마운드에서 필승카드의 부재는 일본과 대만전에서 패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홍익대 주전포수 나원탁도 부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도 팀에게는 부담이 됐다. 사실상 에이스로 나섰던 한양대 2학년 좌완투수 최채흥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아직 힘이 모자랐다.
매르스 여파도 있었다. 6월 예정된 제8회 대한야구협회장배 전국대학야구대회가 매르스 때문에 취소된 것이다. 대표 선수들에게는 실전감각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무대였다. 그러나 대회가 무산되면서 대신 기말시험 등 학업을 수행했다. 훈련량과 실전감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합숙훈련에 들어갔다. 이건열 감독이 친정 구단 KIA에 도움을 요청해 2~3군과 실전 3경기를 치렀으나 정상적인 타격 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경기가 진행되자 해결사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1번타자 조수행은 타율 5할과 8개의 도루를 했다.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과 대만전에서 9타석에서 네 차례 1루를 밟았고 세 번이나 득점권까지 진출했다. 중심타자들이 침묵을 지키면서 해결사 노릇을 못했다. 대만전에서 4번의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대표팀에게는 뼈아픈 대목이었다.
선수들은 많은 관중들 앞에서 과도한 긴장감에 시달리며 제실력을 발휘못했다. 일본과 대만 경기가 모두 야간경기로 펼쳐진 것도 낮경기에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걸림돌이었다. 아울러 인조잔디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에게 천연잔디 경기는 쉽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펼쳐지는 경기에 적응이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었다.
국제대회의 성격상 심판변수도 컸다. 대회 개최국의 잇점이 없었다. 오히려 이건열 감독이 몇차례 심판판정에 항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선수들은 주심의 엿가락 스트라이크존에 심리적으로 동요했다.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가장 민감한 구역인 1루를 대만 심판이 맡은 것도 악재였다. 두 차례 예민한 상황이 빚어졌다. 대한야구협회의 후방지원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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