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다치고.
11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자연 환경에 시달렸다. 제 9호 태풍 찬홈의 영향권에 접어든 탓에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폭우와 엄청난 강풍이 문제였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선수들이 방향 전환을 위해 멈추려고 했지만, 흠뻑 젖은 그라운드는 매우 미끄러웠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기 일쑤였다. 선수들의 충돌이 많아지면서, 부상자가 나오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전북은 김기희의 부상으로 전반 46분 이주용을 투입해야 했다.
패스의 질도 떨어졌다. 사방이 탁 트이고 바닷가에 위치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 부는 바람은 일정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강하게 부는 바람에 제주와 전북 모두 긴 패스를 시도하지 못했다. 양 팀 모두 낮게 깔린 패스를 시도했지만, 공을 잡아야 하는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못해 계속 끊겼다.
폭우와 강풍은 승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반 20분 전북은 코너킥 기회에서 이재성의 크로스를 유창현이 헤딩으로 연결해 골을 기록했다. 제주 수비수들은 공의 낙구 지점을 파악하지 못해 유창현이 자유롭게 헤딩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물론 제주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폭우의 영향으로 기회를 놓쳤다. 후반 3분 송진형은 완벽한 기회를 잡아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송진형의 슈팅은 그라운드에 고인 물 때문에 앞으로 향하지 못했다.
반면 전북은 제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북은 후반 11분 이승현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골키퍼 김호준이 잡았다가 놓치자 2선에서 쇄도하던 이재성이 밀어 넣었다. 또한 후반 46분 제주 수비수 강준우의 자책골을 유도해 3-0 승전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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