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버티기로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심에 승리를 가져오는 불펜투수들이 있다.
한화는 10~11일 잠실 LG전에서 치열한 혈전 끝에 연승을 거뒀다. 10일에는 윤규진이 3이닝 66구 투혼을 불살랐고, 11일에는 권혁이 3이닝 45구로 경기를 끝냈다. 윤규진과 권혁이 연이틀 구원승을 따내면서 한화는 리그 최다 구원승 20승 고지를 밟았다.
11일까지 한화는 43승을 올렸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0승이 구원승으로 만들어졌다. 넥센과 LG가 구원승 15승이 있지만 한화에 비하면 5승씩 모자라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올 시즌 한화는 약 36승의 구원승을 올리게 된다. 2011년 SK(38승) 이후 가장 많은 구원승이다.

권혁이 팀 내 가장 많은 6승을 올렸고, 박정진이 5승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이어 선발·중간을 오가는 송창식이 구원승으로 3승을 올렸고, 윤규진이 2승을 따냈다. 김기현·정대훈·이동걸·송은범도 1승씩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총 8명의 투수들이 도합 20승을 합작한 것이다.
한화는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에도 선발(368⅓) 이닝이 가장 적으며 구원(353) 이닝은 리그 최다 팀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미치 탈보트과 쉐인 유먼이 안정세를 찾은 뒤에도 불펜 의존도가 높다. 토종 선발이 약한 팀 사정상 불펜 중심의 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다.
과거부터 벌떼 마운드란 별칭에서 나타나듯 김성근 감독은 불펜의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한화에서도 변함없이 그대로다.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3위(4.16)이고, 승계주자 실점률도 두 번째로 낮은 24.1%에 불과하다. 투수를 쪼개 쓰거나 길게 쓰는 등 나름의 고육책으로 버티고 또 버티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타이밍과 경기 상황을 보고 투수 교체를 하고 있다. 인사관리를 못하면 회사가 망하는 것처럼 투수 교체 역시 마찬가지다. 투수 데이터와 특성을 알고, 승부를 걸 때는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이 약하기 때문에 구원승 20승이 만들어졌지만 나름의 전력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쥐어 짜낸 결과다.
한편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구원승은 1997년 쌍방울이 갖고 있다. 당시 쌍방울은 팀의 71승 중 44승이 구원승으로 무려 62.0%의 비중을 차지했다. 김현욱(20승) 오봉옥(6승) 최정환(5승) 조규제(4승) 김기덕(3승) 등 11명의 투수들이 44승을 합작했다. 그때 쌍방울 지휘봉을 잡은 사람이 김성근 감독이었고, 그해 쌍방울은 마지막 가을야구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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