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주었지만, 강력함은 여전했다. 오히려 변화한 전북 현대에 적응하지 못한 제주 유나이티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손자병법 허실편에 이런 말이 있다. 전승불복(戰勝不復) 응형어무궁(應形於無窮). 전쟁에서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 만큼 무궁한 변화에 모습을 바꾸어서 대응하라는 뜻이다. 축구에도 적합한 말이다. 축구는 전쟁 만큼 상황이 계속 변한다. 변화하는 여러 환경에 맞춰 선수 구성과 전술이 필요하다.
전북은 11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제주와 원정경기에서 큰 변화를 주었다. 전북의 공격을 이끌던 에두가 갑작스러운 이적, 이동국이 경고 누적 징계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들을 대신할 이상협마저 예상하지 못한 부상을 당했다.

대안이 없었다. 결국 전북은 이번 시즌 섀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던 유창현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물론 유창현도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춘 선수이지만,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것이 아닌 만큼 조직력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있어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전북은 제주를 상대로 준비했던 것들을 제대로 펼쳤다. 강한 바람으로 경기 스타일도 바꿔야 했다. 제 9호 태풍 찬홈의 영향을 받은 탓에 최대순간 풍속이 초속 14.9m를 기록한 만큼 전북은 긴 패스가 아닌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했다.
전북의 변화에 제주는 대응하지 못했다. 평소 보던 전북이 아닌 만큼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다. 게다가 전북이 제주의 장점인 중원에서의 장악을 하지 못하도록 수비형 미드필더 정훈과 최보경을 앞세워 강력한 압박을 펼쳤다. 이 때문에 제주는 평소와 같은 전진 패스를 선보이지 못했다.
전북이 변화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경기 결과로 알 수 있다. 전북은 유창현과 이재성, 상대 자책골로 3-0으로 승리했다. 멀티골과 함께 무실점으로 승리한 것은 지난 5월 수원 삼성과 홈경기(2-0 승리) 이후 2달여 만이다. 그동안 선두 질주 속에서도 불안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변화로 재미를 본 전북은 앞으로 2주 동안 주어진 휴식기를 이용해 또 다시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전북은 에두와 에닝요의 이탈을 대신해 영입할 선수들과 함께 상반기와 다른 전북으로 변신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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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