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세’ 윤길현의 야구는 계속된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12 13: 36

SK 필승맨 윤길현(32)의 구위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한 차례 시련도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툭툭 털어내고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보직이나 명예보다는 팀과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가짐 속에 윤길현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윤길현은 10일과 1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10일 경기에서는 절대 위기 상황을 진화했다. 6-4로 앞선 7회였다. 무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윤길현은 침착하게 나머지 세 타자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대타 김주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것에 이어 필을 2루수 땅볼로, 나지완을 다시 삼진으로 잡아내고 절대 위기를 넘겼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1점으로만 바꿔도 되는 상황을 무실점으로 정리한 셈이다. 윤길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이범호를 3루수 땅볼로, 이홍구를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고 문광은에게 바턴을 넘겼다. 1⅔이닝 퍼펙트 무실점 역투였다. 11일에도 3-0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강한울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이는 평범한 뜬공을 김강민과 조동화가 처리를 미루는 사이 허용한 불운의 안타였다.

비단 주말 3연전 뿐만 아니다. 윤길현은 최근 7경기에서 7⅔이닝을 던지며 딱 1실점만을 기록하고 있다. 3일 사직 롯데전에서 황재균에게 맞은 솔로홈런인데 이는 실투가 아니었다. 황재균이 잘 받아친 공이었다. 7월 5경기에서는 피안타율이  1할4푼3리에 그치고 있다. 다시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빠른 공과 전매특허인 슬라이더 조합이 위력을 되찾았고 간간히 섞어 던지는 커브도 타이밍을 뺏는 데 쏠쏠한 활약을 하며 선택폭이 넓어졌다.
사실 마음고생이 있을 때도 있었다. 윤길현은 올 시즌 팀의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12세이브를 올렸다. 물론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블론세이브는 한 차례였다. 역전을 허용한 적이 한 번밖에 없었다. 그러나 SK 벤치는 정우람과 윤길현의 보직을 바꿨다. 가장 믿을 만한 불펜 자원을 마무리로 쓰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 그래도 윤길현으로서는 내심 섭섭할 수 있는 교체였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직 교체 후 흔들리며 여파가 적지 않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윤길현은 베테랑답게 툭툭 털고 일어났다. 윤길현은 “벤치에서도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크게 신경 쓰는 것은 없다”라면서 “보직이 바뀐다고 해도 야구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몫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최근 구위가 많이 좋아졌다. 윤길현이 부진할 때도 “구위 자체는 마무리를 맡던 당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싸 안았던 김용희 SK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 감독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흔들렸는데 최근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고 결과가 좋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10일 승리의 최고 공신 중 하나”라고 윤길현을 치켜세웠다. 보직은 중요하지 않다. 야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평범한 진리를 잊지 않은 윤길현이 다시 SK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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