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황금기’ SK 김정빈의 유쾌한 발상 전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12 12: 35

대개 2군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어둡고, 힘들며, 외로운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SK 퓨처스팀(2군)에는 이에 대해 반문하는 선수도 있다. 지금 시간이 자신의 황금기라고 이야기하는 신예 좌완 김정빈(21)이 그 주인공이다.
2군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어린 선수들만 키우는 것은 아니다. 1군에 올려 보낼 만한 자원을 항상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3년차 선수들에게 생각보다 기회는 자주 돌아가지 않는다. 최근 각 팀들이 이런 일을 전담할 3군(루키팀)을 육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빈은 당당히 SK 2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돼 경험을 쌓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팀의 기대치와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다.
화순고를 졸업하고 2013년 SK의 3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정빈은 SK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젊은 좌완 투수다. 체구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당당한 공을 던진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조웅천 SK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면서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복을 줄이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될 것이다”라고 잠재력을 높게 샀다.

조 코치는 “지금은 경기에서 그것을 느껴야 한다. 훈련에서는 느낄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김정빈은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혹독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벌써 22경기에 나가 50⅓이닝을 던졌다. 물론 성적은 좋지 않다. 승리는 한 번뿐이고 평균자책점은 8.23으로 높다. 그러나 SK 퓨처스팀에서 다른 선수들을 제쳐두고 김정빈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만큼 잠재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김정빈은 지난해 신진급 선수로는 이건욱과 함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를 경험했고 플로리다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김정빈은 “2013년에는 부상 때문에 딱 한 경기에 나갔다. 그런데 엄청나게 말아 먹었다. 패닉 상태였다”라고 웃은 뒤 “1군 캠프에 갔다 오니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 속에 실력도 느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힘이 붙다 보니 구속도 좋아졌다. 130㎞ 중·후반대였던 최고 구속은 올 시즌 144㎞까지 찍혔다.
실제 SK 1군 코칭스태프들은 김정빈에게 공을 많이 들였다. 캠프 기간 동안 공을 많이 던졌다. 가고시마 캠프 때는 김원형 코치가 김정빈을 지도했다. 김정빈은 “김 코치님과 1000개 이상 공을 던졌다”라고 떠올렸다. 플로리다 캠프 때도 1군 메인코치인 김상진 코치가 김정빈을 직접 챙겼다. “아직 가다듬을 것이 많지만 가진 것 자체는 많은 원석”이라는 게 김정빈에 대한 김상진 코치의 칭찬이다.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많이 맞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기도 한다. 김정빈은 “도망가는 것은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다. 부딪히는 것을 좋아한다”라면서도 “그런데도 볼넷이 많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탓이다. 현재 체중이 71㎏ 정도인데 살이 잘 찌지 않는 체형이다. 체력이 달린다. 3회까지는 항상 좋은데 4회만 넘어가면 힘이 떨어진다”라고 냉정하게 자신의 문제를 짚었다.
빠른 공과 주무기인 체인지업 외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가다듬고 있는 김정빈은 “변화구가 좀 더 생긴 것이 작년과의 차이인 것 같다”라며 성과를 설명했다. 물론 얻어맞으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결과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다. 그러면서 김정빈은 대뜸 “지금이 내 야구 인생의 황금기”라고 이야기했다. 천진난만한 미소로 인터뷰에 임하던 김정빈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2군 생활이 황금기라니, 사연은 이랬다. 김정빈은 “물론 1군 욕심은 있다. 올해 안으로도 올라가보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못 던져서 내려오면 나나 내 주위 사람들이나, 또 나를 믿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상처만 남는다.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 모든 것을 잘 만들고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황금기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다. 남들이 쉽게 가지지 못하는 유쾌한 발상 전환이다. 될성 부른 떡잎은 생각하는 것부터가 다르다고 했다. SK의 기대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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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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