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정신력을 발휘한 정현(19, 상지대)이 육체의 한계를 넘었다.
세계랭킹 79위 정현(19, 상지대)은 12일 오후 광주광역시 염주전천후실내코트에서 개최된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80위 아슬란 카라체프(22, 러시아)를 세트스코어 2-1(1-6, 6-2, 6-0)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정현은 단체전 금메달까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가장 큰 변수는 체력이었다. 정현은 11일 오전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프랑스의 루카스 폴라인(19)을 세트스코어 2-1(6-3, 3-6, 7-6 타이브레이크 7-5)로 누르고 결승진출을 확정지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정현은 정신력을 발휘해 밀리던 경기를 타이브레이크에서 극적으로 뒤집었다.

같은 날 오후 정현은 남지성과 짝을 이뤄 복식결승전에 출전했다. 당초 경기는 4시 30분 예정이었다. 그런데 우천으로 경기가 지연되면서 결국 경기장소도 진월테니스장에서 염주실내코트로 변경됐다. 정신적으로 지칠 만했다.
복식결승에서 정현은 3세트까지 6-6으로 비긴 뒤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정현은 3-9까지 추격했지만 막판 통한의 한 점을 내주면서 패하고 말았다.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기에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경기 후 정현은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고 라켓을 코트에 던져 부수기도 했다. 정현은 “순간적으로 분을 이기지 못했다. (남)지성이 형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랬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전날 늦은 저녁까지 격전을 치른 정현의 몸은 반나절 만에 회복되기 어려웠다. 다음 날 오후 1시 30분에 다시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고됐다. 정현은 단식 결승전서 카라체프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며 1-6으로 1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2세트부터 살아난 정현은 특유의 정교한 샷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어 승부를 뒤집었다. 상대 체력을 뺏기 위해 좌우 코너를 찌른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정현은 단식 금메달로 복식 은메달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었다. 정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을 시험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메달색보다 더 값진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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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