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님 같은 선배 감독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NC 김경문(57) 감독은 어릴 적 학창 시절에 한국 최고의 강타자였던 김응룡(74) 전 한화 감독에게 직접 사인을 받은 기억이 있다. 프로에서는 김응룡 감독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항상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13년 8월 김응룡 감독이 KBO 사상 첫 감독 통산 1500승을 달성했을 때 꽃다발을 전달하며 진심으로 축하한 이가 적장으로 싸운 김경문 감독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올초 미국 애리조나 캠프지에 모인 감독들과 식사 자리에서 김응룡 감독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김경문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 오는 18일 KBO 올스타전에서 김응룡 감독 공로 기념행사로 이어졌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김응룡 감독을 위한 기념패를 제작했고, 김응룡 감독은 이날 명예감독으로 나눔올스타팀 감독을 맡는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 10개 구단 감독들이 모두 같이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다"며 "감독들이 시작은 성대하게 하지만 떠날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의 자리가 영원할 수 없다. 선배 감독님들께서 계실 때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응룡 감독님 같은 선배 감독님들이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 야구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나도 10년 넘게 감독을 하고 있지만 감독들이 떠날 때는 쓸쓸하다. 성적이 좋을 때 떠나진 않는다. 승부의 세계가 이기는 것 아니면 지는 것이지만, 떠날 때에도 각박한 것은 마음이 안 좋더라. 기약 없이 훌쩍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며 "서로 무의미하게 헤어지는 것보다 고생하셨던 선배님들을 한 번씩 초청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김응룡 감독은 한화 감독 시절이었던 지난해 10월17일 광주 KIA전 끝내기 패배가 야구팬들에 보여준 마지막 모습이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에 김응룡 감독은 구단에서 준비하려 한 퇴임 행사를 거절했다. 퇴임 후에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정승진 전 사장과 노재덕 전 단장이 이종범 코치와 함께 김 감독을 찾아 조촐한 파티와 기념 선물을 전달한 게 전부였다.
김응룡 감독은 "얼마 전에 후배 감독들에게 행사 소식을 들었다. 감독이 올스타에 행사라니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너털웃음을 짓고는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주변에 따르면 김응룡 감독은 퇴임 후에도 몇몇 야구인들과 힘을 모아 유소년과 학생들을 위한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응룡 감독은 1983~2000년 해태, 2001~2004년 삼성, 2013~2014년 한화에서 24시즌 통산 2935경기 1567승1300패68무 승률 5할4푼7리를 기록했다. 역대 최다경기·최다승·최다우승의 주인공이다. 포스트시즌 통산 92경기 55승32패5무 승률 6할1푼1리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44승19패5무 승률 6할9푼8리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김경문 감독은 "우리나라 야구에서 영원히 깨지지 않을 기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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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감독 기념패. / 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