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는가? 한국에서 아이 3~4명 더 낳을지".
NC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32)는 KBO 첫 해였던 지난 2013년 9월 한국에서 첫 딸 칼리를 얻었다. 해커의 부인 크리스틴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출산을 고집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칼리는 이제 NC 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할 정도로 구단을 상징하는 귀여운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칼리의 아빠' 해커에게도 한국은 이제 특별한 나라다. 해커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아시아에서 뛰고 싶었다. 짧은 기간 돈만 벌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온 게 아니다. 딸도 한국에서 태어났고, 우리 가족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국과 NC에서의 생활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4승, 2014년 8승에도 수준급 투구내용을 인정받아 재계약했다. 올해는 KBO 데뷔 3년 만에 첫 10승 고지를 밟았다. NC 김경문 감독은 "작년까지 해커에게는 운이 잘 따르지 않았다. 올해는 스스로 힘으로 극복했다. 해커가 선발진에서 자기 역할을 잘해준 덕분에 우리가 지금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이다"고 대견해했다.
불운을 딛고 일어선 해커는 "매경기 9이닝을 책임지며 실점없이 막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야구는 재미있는 게임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늘 승리하면 좋겠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그게 야구의 일부분이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변화할 줄도 알아야 한다. 3년을 하면서 나도 한국 타자들의 특성을 알게 됐지만 상대 타자들도 내 스타일을 알고 있다"며 "선발투수로서 언제든 나가서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불펜이 과부하에 걸렸을 때 길게 던져야 한다. 팀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에이스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NC에 꼭 보답하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외국인선수와 계약은 일종의 도박이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NC 구단에선 나를 믿고 선택했다.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려 노력했다. NC가 좋은 선택을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는 게 해커의 말이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10승을 거둔 해커는 "아직 경기수가 많이 남았다. 개인 승리보다는 팀이 우선이고,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대한 오랫동안 한국에 있고 싶다. NC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다 보면 혹시 또 아는가. 여기서 아이 3~4명 더 낳을지?"란 말로 롱런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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