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의 기록은 아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많은 팬들이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K리그 단일팀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전북은 지난 11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에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최강희 감독은 K리그 통산 153승 80무 82패를 기록했다. 김호 전 감독이 수원 삼성을 이끌며 달성한 153승 78무 82패와 함께 최다승 타이 기록이다.
2005년 7월 전북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은 10년 만에 153승을 달성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8년 6개월여 만에 거둔 대기록이다. 이는 최강희 감독이 코치로서 함께 했던 스승 김호 전 감독이 1995년 2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지휘한 기간과 큰 차이가 없다. 최강희 감독은 비슷한 기간 동안 김호 감독이 거둔 전적과 큰 차이가 없는 전적을 기록한 것이다.

대기록이지만 최강희 감독은 크게 인식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그는 "난 기록 같은 걸 인식하지 않고 산다. 기사로 알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 타이 기록 경신의 도전 상대가 수원 원정이다. 스승님의 기록을 깨면 안되는데..."라며 한숨 아닌 한숨을 쉬었다. 이어 "2005년 이후 내가 지금까지 전북에 몸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자고 일어나면 불가사의하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어려운 시기였던 2005년부터 2008년까지의 시기를 생각했다. 당시 전북은 지금과 같은 선두권이 아닌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최 감독은 "이철근 단장님은 그 때를 잊으라고 하지만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는 시기다. 충격도 컸다. 그러나 어려운 시절을 생각하는 만큼 현재 나는 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때의 애절함을 가지고 팀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가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서 달성한 153승이 결코 자신이 세운 기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영광스러운 기록이지만, 나 혼자의 기록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거쳐갔고, 지금도 선수들이 전북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면서 "누구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많은 팬들이다. 팬들은 묵묵하게 지지해주시며 내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그들이 있어서 버텼다"고 설명했다.
최강희 감독이 강한 인상을 받았던 순간은 첫 부임과 더불어 2008년이다. 전북은 2008년 플레이오프에서 4위까지 진출했지만, 시즌 중반 부진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최 감독은 "2008년 '저 아저씨 다 됐으니깐 집에 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솔직히 갈 준비도 했었다. 그런 일들이 있어서 팀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해졌다. 지금은 선수와 나, 팀과 나의 관계가 끈끈해졌다. 앞으로도 더 힘들겠지만, 계속해서 선두권에서 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정규리그 3회 우승, FA컵 1회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최강희 감독은 앞으로 목표를 전북 구단을 전라북도민들이 모두 아는 구단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도민들 모두가 이야기하는 구단을 만들겠다. 올해 많이 느끼는 것이 2011년보다 일반 팬들의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만 우리를 알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만큼 팬들 이외의 관심도 많아졌다. 그런 사람들을 팬들로 흡수해서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채우고 싶다. 전북 구단을 '내 팀', '응원해야 할 팀'으로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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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