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대학야구의 해법은 없는가?
한국대학 대표팀이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아쉬운 동메달을 따냈다. 예선리그에서 일본에게 0-8로 무릎을 꿇었고 준결승전에서는 대만에 0-2로 패했다. 두 라이벌에 단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미국을 꺾고 동메달을 따냈지만 한국 대학야구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누가보더라도 강한 야구는 아니었다. 여기에는 대단히 구조적인 문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회 준비과정에서 매르스 사태가 컸다. 6월 예정된 전국대회가 취소됐다. 6월 실전을 통해 대표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 대신 선수들은 일종의 휴가와 기말시험 등 학업을 수행했다. 그러다보니 훈련량이 부족했다. 대표팀을 소집해 합숙훈련을 했으나 이건열 감독은 "타자들의 방망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감독이 직접 친정 KIA 구단의 협조를 요청해 2~3군과 3경기의 실전을 치렀다.

대회가 시작되자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빗맞은 타구가 많았고 시원한 장타도 거의 없었다. 140km이 안되는 볼에 연신 헛스윙을 하거나 빗맞기 일쑤였다. 천연잔디, 야간경기에 많은 관중들 앞에서 크게 긴장했다. 중심타자들은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김승현(건국대)과 나원탁(홍익대) 등 에이스와 주전포수의 부재도 컸다. 대만과 일본 등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는 전력 분석팀도 가동하지 못했다. 안방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는데도 오히려 억울한 판정을 당하는 등 전혀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엘리트 야구에서 동아리 야구
요즘 대학선수들은 공부하는 야구선수들이다. 학점 2.0 이상을 받지 못하면 다음년도 선수등록을 못한다. 오전에 운동, 오후에 학업, 오전에 수업, 오후에 학업 등을 하거나 1주일에 3일 훈련과 3일 수업을 하고 있다. 한 대학감독은 "절대적으로 훈련시간이 부족하다. 대학생이 되면서 담배와 음주도 자연스럽게 하다보니 기본체력과 기술력이 부족해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투수들은 60개만 넘어가면 구위가 뚝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3~4년이 지나면 동아리 야구가 될 것이다"는 자평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에 지명을 받아 가을 마무리 훈련에 가면 제대로 버티는 선수들이 없다.
더욱이 특기생도 줄어들고 있다. 학교에서도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기숙사비도 내야 하고 장비도 선수들이 직접 구입한다. 이러다보니 감독들은 선수들에 대한 장악력이 약하다. 선수 선발도 스카우트 비리 때문에 감독들이 직접 낙점하지 못한다. 2년 전부터 고교생들이 직접 지원서를 낸다. 6개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선발원칙은 고교시절의 성적과 면접시헙으로 뽑는다. 이러다보니 변별력이 떨어지는 성적표로 합격되는 경우도 생긴다. 성적을 높이기 위해 경기를 마사지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의 고교생 저인망 싹쓸이
고교에서 좋은 인재를 수급받지 못하는 것이 치명적이다. 고졸 선수들은 프로의 지명을 받으면 대부분 입단한다. 입단 대신 대학 진학을 택하는 선수들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이건열 대표팀 감독은 "우타자와 왼손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유는 프로에서 싹쓸이를 하기 때문이다. 좌완투수는 135km만 던지면 대부분 지명을 받는다. 더욱이 10명의 지명선수가 부족해 신고선수 제도를 활용해 싹쓸이 한다. 여기에 9구단과 10구단까지 생겨났다. 마치 저인망으로 모조리 훑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재목을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야구의 수준이 약할 수밖에 없다. U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일선에서는 해결책으로 프로의 지명방식을 고교선수와 대학선수로 나누어 각각 5명까지 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고 최소한 프로 구단들이 고졸 신고선수는 뽑지 않아야 한다는 방안도 나온다. 어차피 프로에 가더라도 2~3년이면 대다수의 신고 선수들은 살아남지 못하고 옷을 벗는다. 이런 신고선수들이 대학을 가면 주축선수가 되고 경기를 뛰다보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애국심과 단결력의 부재
이건열 대표팀 감독은 준결승에서 대만에 패한 직후 뼈있는 말을 했다. 선수들의 애국심과 자부심이 적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야구할 때는 태극마크를 달면 자부심이 강했다. 특히 일본이나 대만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고 그것이 선수들을 똘똘 뭉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 젊은 학생들은 이런 점이 부족하다. 선수들간의 결집력이 약하다. 그만큼 세태가 바뀌었다. 지도자들이 앞으로 책임을 갖고 이점을 교육해야 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요즘 선수들은 부모들의 애정을 받으며 자라난다. 사회적으로도 어떠한 체벌도 금지되어 있다. 당연한 변화이지만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지도 못한다. 감독들과 선수들의 관계가 수평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팀의 당근책도 없었다. 대만은 동메달만 따더라도 병역 면제혜택을 주었다. 동기부여에서 한국과는 확연하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야구에 대한 자세와 생각이 진지하고 종교적이다.
▲대표팀의 일원화 시급
한국야구도 대표팀의 일원화가 필요하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이름 아래 유소년, 여성, 중학교, 고교, 대학, U-21, 프로대표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었다. 대표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을 한다. 별도의 전력분석팀도 가동해 끊임없이 상대국의 정보를 축적시킨다. 대회를 겨냥해 감독도 일찌감치 선임하고 선수들도 후보군을 추려낸다. 끊임없는 기술적인 지원을 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하도록 유도한다. 아마와 프로(프로선수협회)가 힘을 합쳐 이루어낸 것이다.
대만은 국제대회가 있으면 비슷한 국제대회를 유치해 선수들의 적응을 돕는다. 이번 U대회를 앞두고 작년 11월 제 1회 U-21 베이스볼 월드컵 대회를 유치했고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 멤버들이 U대표팀에 대거 포함되었고 한국을 2-0으로 제압한 비결이 되었다. 이제 한국도 프로와 아마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실업야구도 없는 가운데 대학야구가 황폐화 된다면 그만큼 한국야구도 퇴보할 수 없다.
OSEN 야구부장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