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도 특급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울렸다. 강속구에 강하다는 것은 이제 빅리그 투수들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강정호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팀의 5번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3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한 강정호는 2할6푼8리(224타수 60안타)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정규 이닝 동안 맞이한 네 타석에서는 안타 없이 볼넷으로만 두 번 출루했다. 그러나 경기가 연장으로 접어들며 기회가 한 번 더 왔다. 3-5로 뒤지던 10회말 공격이 무기력하게 끝났다면 강정호의 차례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피츠버그는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며 6-5 역전승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강정호가 타석에 나온 것은 1점을 따라붙어 4-5가 된 10회말 2사 1루였다. 다시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로젠탈과 마주한 강정호는 볼카운트 1B-1S에서 97마일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해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 안타를 기반으로 동점을 만든 피츠버그는 그레고리 플랑코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승리했다. 결승 득점은 강정호의 것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와 최대 5년 2150만 2015달러(포스팅 비용 포함)의 조건에 계약한 강정호는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냈다. 이번 시즌 순수 연봉이 250만 달러에 불과한 선수가 전반기에만 72경기에 뛰며 60안타를 친 것만으로도 피츠버그의 영입은 대성공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6월 타율 2할2푼1리로 체력적인 문제도 언급됐지만 7월 들어 다시 타율 2할9푼7리로 살아났다. 특유의 레그 킥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볼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강정호는 오히려 150km를 상회하는 포심 패스트볼에 더 강한 모습을 보였다.

강속구가 최고의 주무기인 로젠탈을 상대로 홈런과 3루타를 하나씩 뽑아내며 4타수 3안타로 강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표적인 파이어볼러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 레즈)도 강정호를 피할 수 없었다. 지난 5월 7일 경기에서 강정호는 100마일에 달하는 채프먼의 포심 패스트볼을 2루타로 연결했다.
조시 해리슨의 부상 이후 3루에 고정되어 있지만, 해리슨이 돌아와도 유격수까지 커버할 수 있는 강정호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무엇보다 타격 능력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볼넷/삼진 비율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 장타본능만 회복한다면 후반기엔 타석에서 상대에게 더욱 위협이 될 강정호다.
수비 역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전반기 저지른 실책은 7개.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와 같은 수준의 안정감은 아니지만 충분히 3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며 기여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겨우내 현지 언론에서는 닐 워커가 빠질 경우 강정호가 2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에도 주목했지만 아직까지 2루수로 검증받을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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