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롯데 마린스 우완 투수 이대은(26)은 최근 처음 해보는 경험이 많다.
이대은은 최근 12경기에 구원 등판해 8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불펜 성적은 12경기 1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1.62로 선발 성적(9경기 6승1패 5.03)보다 한층 안정적이다. 예전보다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볼이 줄어들면서 타자들이 빠른 공과 포크볼의 차이에 속고 있다.
최근 이대은의 등판은 모든 것이 도전이다. 직전 등판인 12일 소프트뱅크전에서 8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 후 만난 이대은에게 무실점의 의미를 물었더니 "사실 불펜으로 나서본 적이 없어 8경기 연속 무실점이 얼마나 잘한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2008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줄곧 선발로만 뛰었던 이대은은 이틀 연속 등판도 올해가 처음이다. 올 시즌 그는 구원으로 4차례 2경기 연속 등판에 나섰는데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확실히 첫 날에는 구속도 잘나오고 힘이 있었는데 둘째 날은 조금 어깨가 뻐근했다"고 말했다.
선발에서 구원으로 전향한 이대은은 현재 잘 던지고 있지만 선발로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바람. 오치아이 에이지 지바롯데 투수코치에게도 계속해서 선발 복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치아이 코치는 12일 기자에게 "이대은이 선발로 부진하다가 구원으로 전환해 잘 해주고 있고, 팀도 이대은이 위기에서 잘 던져주면서 마운드가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장 선발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산 베어스에서 배터리 코치로 이토 쓰토무 현 지바롯데 감독과 함께 한 바 있는 고마키 유이치 지바롯데 불펜 보좌는 "이대은은 지금 선발이 되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다. 위기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방법, 경기를 풀어나가는 법 등을 익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치아이 코치도 "올스타전 이후로 한 번 정도는 선발 등판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대은은 후반기 각오에 대해 "지금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어떤 기록에 욕심내기 보다는 마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처음 겪는 새로운 리그, 새로운 팀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겠지만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팀에 신뢰감을 주는 일. 이대은의 일본 리그 적응에는 급할 수록 돌아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autumnbb@osen.co.kr
지바=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