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U대회 최고의 명승부였다. 2차 연장에서 겨우 승부가 갈린 남자농구 결승전은 팬들에게 짜릿함을 넘어 감동을 선사했다.
빌 셀프 감독이 이끄는 미국대표 캔자스대는 13일 광주광역시 염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독일 U대표팀을 2차 연장 접전 끝에 84-7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남녀농구 동반우승을 달성했다.
▲ 2차 연장전에서 갈린 희대의 역전극

희대의 명승부였다. 미국이 14-2로 기선을 잡을 때만 하더라도 싱거운 승부처럼 보였다. 독일은 3-2 지역방어로 미국의 외곽슛을 틀어막았다. 골밑에는 213cm의 장신센터 보그단 라도사블제비치가 버티고 있었다.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쉽게 골밑을 넘보지 못했다. 설상가상 독일은 막혔던 3점슛이 펑펑 터졌다. 승부는 팽팽했다.
미국은 4쿼터 종료 1분을 남기고 62-66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페리 엘리스와 프랭크 메이슨 3세는 과감한 돌파로 자유투를 얻었고, 4구를 모두 넣었다. 메이슨은 종료 3초를 남기고 스틸에 성공해 골대로 돌진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슛은 불발됐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독일은 1차 연장에서 선제 3점슛을 넣으며 유리했다. 종료 2분 25초를 남기고 독일은 행운의 슛까지 터져 4점을 앞섰다. 누가 봐도 독일이 이기는 분위기였다. 미국은 종료 9초를 남기고 프랭크 메이슨 3세의 극적인 동점 레이업슛이 터져 다시 2차 연장에 돌입했다.
미국은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웨인 쉘든 주니어가 역전 3점슛을 터트렸다. 침착하게 자유투를 넣은 미국은 결국 7점차로 짜릿하게 이겼다.

▲ 각본 없는 드라마에 열광한 6천 관중들
이날 8500명을 수용하는 염주체육관에 약 6천여 관중이 몰렸다. 3층석까지 많은 관중들이 들어찼다. 미국과 독일의 선수단도 대규모로 응원을 왔다. 캔자스대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온 미국팬들도 있었다. 경기 전 캔자스대 선수들이 덩크슛으로 몸을 풀 때부터 장내가 술렁였다. 미국이 14-2로 앞서나가자 너무 싱거운 경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미국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가 터질 때마다 장내서 연신 감탄사가 나왔다.
하지만 이 때 부터 독일의 3점슛이 폭발하며 대등한 경기가 됐다. 관중들은 약자인 독일에게 더 많은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경기가 아님에도 두 팀으로 나눠진 응원전이 매우 뜨거웠다. 승부가 4쿼터에서 연장전으로, 다시 2차 연장전으로 넘어갈 때 관중들은 열광했다. 6천 명이 넘는 관중들이 농구의 묘미에 제대로 빠졌다.
사실 내용은 엉망인 경기였다. 독일은 고비 때마다 19개의 실책을 범했다. 미국은 23개를 던진 3점슛 중 5개만 넣었다. 성공률이 22%에 머물렀다. 두 팀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순간마다 쉬운 슛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는 너무나 치열했다. 진흙탕 싸움이었지만 그만큼 한 점 한 점이 중요했다. 자유투 하나에 두 팀의 운명이 계속 바뀌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승부에 관중들은 열광했다.
경기는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캔자스대 선수들은 서로 코트에 누워 얼싸안았다. 관중들은 미국 선수들에게 서로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독일 선수들은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스포츠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관중들 모두 최선을 다해 싸운 두 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입장권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은 대접전이었다.
미국과 독일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순수한 스포츠가 얼마나 멋이 있는지 새삼 일깨웠다. 그들은 또 농구가 얼마나 재밌는 스포츠인지 관중들에게 제대로 보여줬다. 화려한 덩크슛이 농구의 전부는 아니었다. 팬들은 한 점 차 승부에서 공에 몸을 던지는 선수들의 승부욕에 더 열광했다. 현역 감독과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프로농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 승부를 가른 것은 NCAA 토너먼트 경험
미국대학농구 최강의 68팀이 펼치는 NCAA 토너먼트는 ‘3월의 광란’으로 불린다. 미국에서 NFL 슈퍼볼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이벤트다. 심지어 NBA 파이널보다 관심이 높다. 캔자스, 켄터키, 듀크 등은 매년 우승후보로 불리는 토너먼트 단골손님들이다. 이런 강팀들도 매해 우승을 하지는 못한다. 그만큼 미국대학농구는 저변이 깊고 이변이 많다.
NCAA 토너먼트에서 이겨본 경험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캔자스대 선수들은 매년 상위시드로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빌 셀프 감독은 2008년 NCAA 토너먼트에서 데릭 로즈의 멤피스 대학을 연장전에서 이기고 우승해봤다. 반면 독일 선수들은 그렇게 치열한 토너먼트를 치러본 경험이 없었다. 결국 그 차이가 승패를 좌우했다.
우승 후 빌 셀프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고 경기하는 것이다. 4쿼터 밀리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려고 했다. 마지막 순간에 득점한 프랭크 메이슨 3세와 페리 엘리스는 토너먼트 경험이 풍부했다”고 평했다.
페리 엘리스는 “동료들과 일 년 내내 호흡을 맞춘 사이라 자신감이 있었다. 쉘든 주니어의 슛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넣을 줄 알았다”고 동료들을 신뢰했다. 주축선수들이 모두 캔자스대 소속이라는 장점이 결국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물을 가져왔다.
빌 셀프 감독은 “금메달은 아주 특별하다. 토너먼트를 잘 이겨냈다고 본다. 2명의 타 대학 선수가 포함됐지만 연합팀보다는 한 대학팀의 성격으로 출전해 이긴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금메달에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대표선수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캔자스대의 긴 여정은 그렇게 금빛으로 끝이 났다.

jasonseo34@osen.co.kr
광주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