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에서 입지가 달랐던 두 좌완이 이제는 다른 팀에서 각자 토종 에이스가 되어 만났다. 느리지만 강한 두 투수의 흥미로운 대결이다.
15일 잠실구장에서 있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에서는 토종 좌완 에이스 맞대결이 펼쳐진다. 두산은 유희관을, kt는 정대현을 선발로 각각 예고했다. 잘 알려진 대로 둘은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
유희관은 이번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다. 11승 2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하며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와 다승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드림 올스타 선발투수 부문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김광현(SK)의 올스타전 출장이 불발되며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나갈 가능성도 생겼다.

마운드 위에서 여유 있는 모습은 그가 에이스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해 177⅓이닝으로 토종 최다이닝 투수가 됐던 유희관은 올해 113⅔이닝으로 전반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200이닝 돌파도 혼자만의 꿈은 아니다.
이제 선발투수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지 3년이 되어 의심의 시선도 사라졌다. 돌풍을 일으켰던 2013년에는 '공이 느려 일시적인 돌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지난해 여름에 부진에 빠졌을 때는 그런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지난 시즌 막판 살아나더니 올해는 초반부터 꾸준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중 하나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반면 정대현은 kt행이 인생을 바꾼 사건이 됐다. 두산 시절에도 정대현은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피칭을 하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지난해에도 전지훈련 MVP인 '미스터 미야자키'가 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두산에서는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고, kt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서야 기량이 만개했다.

경찰청에 합격해 입대를 앞두고 있었으나 보호선수 20인 외 특별지명으로 kt에 합류한 후 입대를 미룬 것이 지금 생각하면 '신의 한 수'가 됐다. 두산에서는 임시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상대적으로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kt에서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다. 성적도 4승 6패, 평균자책점 3.66으로 뛰어나다. 정대현 역시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합류하게 됐다.
이들은 두산에서 함께 뛰었다는 것 외에도 공이 빠르지 않지만 타자들을 잘 요리하는 좌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유희관은 130km대 초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본인도 "주자가 없을 때는 120km대로 던지기도 한다"고 할 만큼 공이 빠르지 않다. 정대현도 유희관보다는 빠르지만 강속구보다는 체인지업을 활용한 승부가 돋보인다. 느리지만 충분히 흥미로울 두 좌완의 맞대결이 전반기 막바지를 달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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