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잘 몰랐다"가 더 부각되는 이유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7.15 05: 59

"호르몬이 문제가 될지 알지 못했다".
박태환은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강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피고인 T병원 김 모 원장의 3번째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미 그는 지난 4월과 6월 2차례의 공판 때 증인 신청을 받았지만 훈련 등을 이유로 불출석 했다. 현재 김 원장 측은 주사에 금지약물 성분이 포함된 것을 박태환에게 사전에 고지했으니 책임은 자신이 아닌 선수에게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달 열린 2번째 공판에서 김 원장의 변호인은 박태환의 전 매니저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2014년 7월 이전에 남성호르몬이라고 말한 적은 있었던 것 같다"와 "주사할 때 주로 비타민이거나 성장호르몬이라고 간호사가 말했다"는 박태환 증언이 담긴 검찰 조서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박태환은 주사를 맞을 당시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박태환은 검찰 조사 당시 "새벽훈련을 마치고 조사에 임했다. 따라서 굉장히 피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질문의 경우 점심 후 3시경 조사를 받을 당시 물어봤기 때문에 헷갈렸다"고 설명했다.
▲ "문제가 될지 알지 못했다"
박태환은 증인으로 나서며 김 원장측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창피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테스토스테론과 남성호르몬이) 금지약물인 줄 몰랐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김모 병원장 변호인측이 "지난 달 두 번째 공판 때 박 선수의 전 매니저가 '테스토스테론과 호르몬은 운동선수라면 금지약물인 것을 모두 알고 있다'라고 진술했다"고 말하며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또 그는 "양성 통보를 받은 후 테스토스테론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스테로이드만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다른 금지약물은 몰랐다. 호르몬이 문제가 될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가 되면서 도핑교육을 받은 박태환이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테로이드를 제외하고는 문제가 될 것이라 알지 못했다. 이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
단순히 박태환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선수인데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은 선수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동안 박태환은 촌외훈련을 펼쳤다. SK가 전담팀을 꾸린 뒤 선수촌이 아닌 곳에서 훈련했던 박태환은 큰 문제가 없었다. 워낙 철저한 관리를 받았기 때문. 그러나 SK와 결별한 뒤 새로 전담팀을 만들면서 문제가 생겼다.
선수촌에서 훈련을 받고 생활을 했다면 관리를 받았겠지만 SK와 결별한 뒤에는 그만큼의 집중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박태환의 전 매니저는 "박태환이 따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매니저와 다르게 20여 차례 T 병원을 방문했다. 또 전 매니저가 그만둔 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그 결과 김 원장측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상대가 반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게 한 것. 특히 박태환이 말한 "문제가 될지 알지 못했다"는 발언에 대해 이날 재판에서 김 원장측은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 "문제가 없다고 해서 맞았으면 어떤 처방했어도 넘어 갔을 것 아닌가"
박태환과 김 원장측은 네비도와 성장 호르몬 투여 횟수에 대해 주장이 크게 엇갈렸다. 박태환은 "네비도를 맞은 것은 한 차례다. 성장호르몬은 명확하지 않다. 배에 맞은 주사(성장호르몬)가 있다면 한 번 정도 기억이 난다. 내가 놓아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문제없다고 해 맞은 것이다. 네비도나 성장호르몬을 투약한다고 애초에 말했다면 병원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원장측은 "박태환에게 네비도 2차례와 성장호르몬 4차례를 투여했다"면서 진료기록부를 증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뿐 아니라 2013년 12월에도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처방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태환이 호르몬이 문제가 될 지 몰랐다는 이야기에 "일반 의사의 경우 도핑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만약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야기를 한 뒤 투약했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것 아닌가"라며 집중 추궁했다.
또 김 원장측은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바로 박태환에게 PRP 시술을 해준 것. PRP 시술은 혈액을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혈소판을 분리한 뒤 농축된 혈소판을 인대 혹은 연골 등에 주사하는 것. 이는 자가혈치료술로 손상된 과절 조직을 재생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처럼 새로운 시술에도 박태환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본인이 김 원장에게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태환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위해 잘못을 부각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김 원장측의 주장은 박태환이 수 차례 주사 요법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시술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흠집내기에 집중한다면 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1~2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선수가 제대로 약물에 대해 알지 못하고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까지 부각되면서 부담은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히 결정이 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재판은 박태환이 주사를 맞았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될 주사를 알고 맞았는가 하는 부분이 중점인 상황이다. 결국 박태환의 관리 허점이 그대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박태환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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