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아니었으면 좀 더 일찍 달성됐을 뜻 깊은 기록이 14일 청주구장에서 나왔다. 이날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10차전을 맞아 청주구장은 1만석이 모두 동났다. 인터넷 예매 취소, 그리고 소량 남은 수 백장의 현장 판매 입장권을 구하고자 하는 팬들은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청주구장 매표소에 진을 칠 정도였다.
한화의 홈 매진은 올해 14번째로 구단 최다 타이 기록이다. 한화는 박찬호가 복귀했던 2012년 모두 14번 홈구장(대전, 청주)을 가득 메웠던 바 있다. 올해는 대전구장 13번, 청주구장 1번 매진이며 2012년은 대전구장 확장공사 관계로 시즌 초 청주구장을 홈으로 써 대전구장 8번, 청주구장 6번 매진이 됐었다.
올해 악천후와 전통적인 인기팀들의 부진, 여기에 메르스 때문에 입장객수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kt 제외) 작년에 비해 평균 입장관중수가 늘어난 구단은 한화와 KIA, 넥센이다. 넥센은 2.2%, KIA는 2.3% 증가로 미미한 정도지만 한화는 14일 기준 무려 22.3%나 관중이 더 들어왔다. 작년 한화의 경기당 평균 입장관중은 7424명, 하지만 올해는 9181명으로 늘었다. 지금 추세라면 한화의 역대 최고 평균관중인 2012년 7758명을 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한화의 티켓파워는 홈경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원정경기에서도 한화의 위력은 잘 드러난다. 올해 원정경기 매진횟수는 한화가 9번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팬층이 두터운 지방 구단인 KIA가 7번으로 2위, 롯데가 6번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원정경기 평균 최다관중수도 한화가 1만3650명으로 단연 1위다.
이는 작년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작년 한화는 원정 매진 2번에 불과했고, 원정경기 평균관중도 1만521명이었다. 원정관중은 작년과 비교하면 무려 29.7%나 늘어난 것이다. 흥행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야구계에 한화의 흥행은 한 줄기 빛과도 같다.
한화의 흥행 요소는 김성근 감독, 그리고 성적이다. 야구계 최고의 이슈 메이커인 김 감독의 한화 부임은 그 과정부터가 극적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성적이 안 나오면 허사, 한화는 3년 연속 최하위팀답지 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14일 현재 한화의 성적은 44승 38패로 5위, 2007년 이후 8년 만의 가을야구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김 감독 역시 한화의 흥행행진에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김 감독은 예전에 했던 농담, 그러니까 추가적인 입장수익에 따라 구단이 보너스를 줘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며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한화) 관중이 이렇게 많이 늘었다. 우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나. 사실 (한화가 아니라) KBO가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농담을 했다.
이제 한화에 남은 경기는 62경기, 최다매진 기록이 수립되는 건 시간문제다. 당장 15일과 16일 청주경기는 벌써 인터넷으로 95%가 넘는 표가 팔렸다. 한화 구단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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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