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표팀의 ‘젊은 피’들이 국가대표 세대교체의 기수가 될 수 있을까.
김동광(62) 신임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본격적으로 9월 23일 중국 창사에서 개최되는 아시아농구선수권 준비에 나선다. 대한농구협회는 오는 20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될 1차 강화훈련 대상자 16명의 명단을 14일 발표했다. 그 중 양동근(34, 모비스)을 포함해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얼굴들도 있다. 유일한 귀화선수 문태영(37, 삼성), 221cm 국내최장신 하승진(30, KCC) 등이 그들. 여기에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서 활약한 이승현(23, 오리온스), 최준용(21, 연세대), 한희원(22, 경희대) 문성곤(22, 고려대)도 뽑혔다. 강상재(21, 고려대)는 예비엔트리에 속했다. U대표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이들은 국가대표팀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국가대표 삼수생 이승현, 과연 이번에는?
U대표팀에서 이승현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김종규와 이종현, 김준일까지 걸출한 빅맨들이 모두 U대표팀에서 빠졌다. U대회서 이승현은 평균 32분 이상을 뛰며 11점, 5.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발목부상으로 2쿼터에 빠진 모잠비크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매 경기 풀타임 가까이 뛴 것.
백미는 독일전이었다. 197cm인 이승현은 자신보다 18cm가 큰 보그단 라도사블제비치를 상대로 17점을 뽑았다. 우승팀 미국 캔자스대도 결승전에서 라도사블제비치의 높이에 막혀 쉽게 골밑슛을 넣지 못했었다. 이승현은 팀의 정신적 지주로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발목부상을 안고 있었지만 핑계를 대지 않았다. 투지와 정신력으로 무장한 이승현보다 태극마크가 잘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
이승현은 국가대표 삼수생이다. 2013년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이승현은 예비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최종 탈락했다. 고려대에서 파워포워드를 보지만 아시아무대서 3번까지 소화를 해야 했기 때문. 유재학 감독은 스몰포워드 수비와 3점슛 장착을 주문했다. 단 시간에 쉽지 않은 숙제였다. 대표팀 탈락 후 이승현은 단시간에 3점슛이 부쩍 좋아졌다. 지독한 훈련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승현은 지난해에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프로에서 신인상을 탄 이승현은 부쩍 성숙했다. 이제 3,4,5번을 모두 능숙하게 소화하는 만능 포워드로 변신했다. 김동광 감독 역시 이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포지션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승현이 국가대표가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 ‘빅포워드’ 최준용과 강상재 가능성은?
최준용은 202cm의 축복받은 신장과 운동능력을 겸비했다. U대회서 최준용은 8.6점, 3.4리바운드, 1.9블록슛을 기록했다. 전문슈터는 아니지만 3점슛 능력도 갖고 있다. 가드를 본 경험이 있어 장신치고 드리블과 패스도 좋은 편이다. 재능은 정말 타고났다는 평가다.
문제는 정신력이다. 최준용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야 비로소 집중력이 발휘된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그는 실책이 잦고 기복이 심할 때가 많다. 워낙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탓이다. 유재학 전 감독은 2013년 최준용을 국가대표로 뽑았다가 2014년 탈락시켰다. 발전이 없었다는 이유다. 이제 최준용도 이를 악 물고 태극마크를 노려야 할 때다.
강상재는 이승현의 졸업과 함께 고려대의 주전 파워포워드로 자리를 굳혔다. 저학년시절 실력에 비해 출전시간이 적다보니 성장속도까지 더딘 감이 없지 않았다. U대표팀에서 강상재는 평균 5.3리바운드를 잡아내며 빅맨 역할에 충실했다. 상대 뒷공간을 파고드는 기만함, 정확한 점프슛 능력 등 공격력도 돋보였다. 그는 U대회 평균 9점을 올려줬다. 최근 체중이 증가한 강상재는 몸싸움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2미터 장신포워드 최준용과 강상재는 세대교체의 기수다. 둘은 U대회 중국전에서 나란히 맹활약했다. 강상재는 14점, 5리바운드를 올렸고, 최준용은 11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둘은 연령별 대표팀부터 주전포워드로 함께 뛴 사이다. 다만 이들은 선배 양희종, 윤호영, 이승현과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차세대 슈터’ 문성곤과 한희원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문태종(40, 오리온스)은 더 이상 없다. 귀화선수 한 자리는 사실상 문태영으로 굳어졌다. 문태영이 여전히 프로에서 최정상급 포워드인 점을 감안하면 최종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태영은 3점슛보다 2점 점프슛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조성민을 도와줄 슈터가 꼭 필요하다.
올해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1순위를 다툴 문성곤과 한희원은 오랜만에 나타난 대형슈터 재목이다. 둘은 195cm의 좋은 신장과 운동능력을 겸비했다. 수비수를 달고 3점슛을 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문성곤은 수비에 더 강점이 있다. 한희원은 스피드와 폭발력에서 낫다. 김동광 감독 역시 두 선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성곤은 아시아-퍼시픽 챌린지 결승전에서 당한 발목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상황이다. 문성곤의 공백을 메운 한희원은 U대회서 평균 23분을 뛰면서 12점의 좋은 득점력을 보였다. 특히 식스맨으로 뛰며 단시간에 폭발적으로 득점한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야투율 36.7%의 저조한 그의 슛률은 높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슈터라면 3점슛 40%, 자유투 80%는 기본으로 넘겨야 한다.
1차 소집명단에 포함된 문성곤과 한희원은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사이다. 과연 조성민을 도와 문태종의 공백을 메울 선수는 누가 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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